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실천 장기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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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실천 장기기증
기획 기획특집 - ② 장기 및 인체조직 기증자 유가족을 만나 보니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8.06.01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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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장기기증자 515명. 한 사람 당 평균 3.4명에게 장기가 이식되어 1800명이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생을 마치는 자식을 향한 슬픔을 내려놓고 애타게 장기를 기다리는 수혜자를 위해 기증을 결심한 유가족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누군가에게 새 삶을 줄 수 있어 다행

지난주 기자는 국내 유일의 장기 및 조직 구득(求得)기관인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서 장기기증자 유가족을 만났다. 갑작스레 떠난 자식에 대한 그리움과 아물지 않은 상처로 유가족은 연신 눈물을 훔쳐냈다. 
10년 전 고3 아들을 떠나보낸 임원채(53) 씨는 “아들은 선천적으로 뇌동맥 기형이었지만 정기적으로 병원을 다니며 건강하게 지냈다. 대학진학을 위해 공부에 매진하던 아들이 고3이 되던 해 3월 1일, 본가에서 가족식사를 마치고 귀가한 후 머리가 아파 응급실에 실려 갔다. 그리고 다시 돌아올 수 없었다. 다른 생명이라도 살리고 싶어 한 줌의 재로 남기 전 아들의 건강한 장기와 인체조직을 기증했다”고 말했다. 
4년 전 집안의 가장이었던 아들(40)을 떠나보내고 손녀딸 유나(11)와 함께 살고 있는 임귀녀 씨는 “아들은 지주막하출혈로 쓰러져 뇌사상태가 되었다. 20년 전 시각장애인 목사님의 간증을 듣고 온 가족이 장기기증을 서약했다. 서약을 했을지라도 다 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아들의 장기가 건강해 누군가에게 새 삶을 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라고 말했다.

기증자 유가족들 자부심 높아

 마지막 순간에 여러 생명을 살린 아들에 대한 자부심과 자랑스러움에 임원채 씨는 한 때 자신의 신장을 기증하고자 했다. “아들을 보내고 우울증이 왔다. 마비가 와서 치료를 받느라 혈전용해제를 복용했더니 신장이 상해버렸다.(웃음) 가장 고귀한 생명을 살리는 일인데 나눌 수 있다면 나누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이 아들로 인해 장기기증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말하는 유나 할머니는 유나의 변화가 반갑다. 친구들에게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못했던 유나가 작년부터는 장기를 기증해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었던 아빠를 자랑스럽게 소개하고 다닌다는 것이다. 
어려움도 없지 않았다. 자식은 떠나보냈지만 한시라도 빨리 장기가 전달되어 많은 생명이 소생되길 기원했던 유나 할머니는 “기증을 동의 한 후가 더 힘들었다. 면회도 안되는 상황에서 뇌사판정이 나오기까지 48시간, 또 적합한 수혜자를 찾아 분배하는 48시간을 병원 복도에서 대기해야만 했다. 유가족을 위한 의료기관의 배려가 아쉬웠다”며 의료인의 인식개선 필요성을 지적했다.
비슷한 경험을 한 임원채 씨도 “긴급한 장기기증 진행 과정에서 생기는 변수와 미숙함으로 인한 불편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정부 주도하에 체계적이고 일원화된 장기기증 관련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살게 해 주어 감사하다’는 수혜자 말에 감동의 눈물

인간이 타인에게 베풀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실천한 유가족은 장기기증 활성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의 장경숙(53) 홍보국장은 “장례 후, 사회복지사의 도움으로 정서적 안정을 찾아가는 유가족은 중고생 자살방지 강연에 참여해 생명존중교육을 펼치기도 하고 유가족 모임 및 추모 행사에도 함께한다. 특히, 유가족을 중심으로 한 ‘생명의 소리 합창단’은 동병상련의 아픔을 가진 이들에게 놀라운 치유와 감동을 경험케 한다. 임원채 씨의 아내와 딸, 유나 할머니와 유나를 포함한 50여 명의 유가족은 격주 토요일마다 함께 만나, 오는 10월 마지막 주 금요일 정기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임원채 씨는 “건강했던 아들은 동갑내기 뼈암 환자에게 다리뼈도 줄 수 있었다. 기증자와 수혜자의 만남이 금지되어 있음에도 가끔씩 그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지 궁금해 보고 싶었다. 그런데 한 수혜자가 합창단 모집을 보고 찾아와 ‘살아 숨쉴 수 있게 해 주어 감사하다’고 할 때 벅찬 감동의 눈물이 흘렀다”고 말했다.
올해 유난히 장기기증에 관한 교육·홍보가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장경숙 국장은 “장기이식의 첫 출발점은 장기기증이다. 장기기증 관련 프로그램에서 기증자 유가족을 제외해서는 안된다. 이들에 대한 예우가 우선되어야 하고 심리적 지원을 통해 자부심을 갖고 더욱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며 유가족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 인터뷰하는 동안 다시 아픈 상처를 들여다봐야 함에도 불구하고 장기기증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용기를 내 주신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송미아 기자 miasong@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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