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에이즈(AIDS), 재선충병에 쓰러지는 소나무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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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에이즈(AIDS), 재선충병에 쓰러지는 소나무 실태
기획 적극적인 방제 하지 않을 경우 10년 안에 소나무 78% 고사할 것으로 전망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4.04.08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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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충병으로 누렇게 고사하는 나무들의 모습(제주도 삼림)

한국에서 처음 재선충이 발견된 지 35년이 흘렀다. 이후 방제에 상당한 인력과 비용이 투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가 늘어가는 상황 속에 최근엔 그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기후변화·산불증가로 재선충병 급증

‘소나무 에이즈(AIDS)’로 불리는 재선충병이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소나무 숲이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는 가운데 지난해 4월 기준, 107만 그루에서 소나무재선충병이 발생했다. 이는 전년 대비 2.8배 증가한 수치다. 재선충병의 확산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산불증가로 매개충이 산란할 수 있는 고사목이 많아지고 ▲가뭄과 고온현상으로 유층의 우화시기가 빨라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소나무재선충은 1㎜ 내외의 선충으로 북방수염하늘소와 솔수염하늘소라는 매개충을 통해 나무에 옮는다. 재선충병은 우리나라 산림의 약 27%를 차지하는 소나무, 해송, 잣나무, 섬잣나무에 치명적으로, 한번 감염되면 100% 고사한다. 충남도 산림자원연구소 조현선(45) 팀장은 “매개충이 나뭇잎을 먹을 때 상처를 통해 새로운 나무에 침입하는 재선충 한 쌍은 20일 만에 20만 마리로 증식한다. 이들이 나무 조직을 파괴하여 고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재선충은 일본, 중국에서 각각 1905년과 1982년에 발생하였고 우리나라는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첫 감염목이 확인되었다. 이후 35년간 1조2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며 1500만 그루를 벌목하는 등 적극적 방제를 이어왔으나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상)충남도 산림자원연구소의 조현선 팀장(뒷줄)과 연구원들 사진/ 오병욱 기자 (하)고사한 나무에서 채취한 시료에서 재선충을 추출해 내는 선충분리장치

조기 예측과 정확한 진단으로 방제에 진력

조현선 팀장은 “우리나라에서 실시하는 재선충병 방제법은 4가지다. 매개충 제거를 위해 ▲감염목과 고사목을 벤 뒤 훈증을 하거나 ▲파쇄·소각하고 ▲무인항공방제를 통한 농약살포를 실시한다. 그러나 항공방제는 환경문제로 인해 가급적 지양하고 있다. ▲마지막은 예방약재를 나무에 주입해 재선충을 견딜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제를 위한 빠른 예측과 정확한 진단에 진력하는 충남도 산림자원연구소는 2019년 ‘선충분리장치’를 자체개발해 특허등록한 후 발전을 거듭해왔다. 그 결과 재선충병 감염여부 확진 소요시간을 24시간에서 4시간으로 단축했다. 조 팀장은 “감염목의 조기발견은 확산방지의 최대 관건이다. 지금 우리는 재선충병 상시 예측체계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고 드론을 띄워 고사목의 시료를 채취해 감염여부 확인 후 벌채하고 있다. 머지않아 드론에서 찍은 소나무 전사 영상에 AI기술을 접목해 재선충 감염여부를 즉시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 완료된다”고 밝혔다.
저항성 소나무 대체와 함께 국민 인식개선 필요

일각에서 “재선충병은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으니 일본처럼 방제를 포기해야 한다“는 방제무용론이 제기 되고 있다. 일본은 중요지역을 제외하고 재선충 방제를 포기한 채 죽은 소나무 자리에 삼나무를 심고 있다. 교토대학의 후타이 카즈요시 교수는 “재선충병을 방제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10년안에 78%의 소나무가 고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런 가운데 피해지역을 중심으로 소나무류를 제거하고 대체 수종으로 조림하는 수종전환사업이 적극 진행되고 있다. 조현선 팀장은 “재선충의 첫 발생지인 북미에는 재선충에 감염되지 않는 저항성 소나무 ‘리기다’와 ‘테에다’가 주로 분포한다. 매개충도 적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도 육종과 이식, 그리고 수종의 다변화를 추진하며 대응해가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국민 인식개선이 소나무 절멸을 늦출 수 있다며 “고사목을 발견하면 방치하지 말고 신속히 시·군 산림부서에 신고하는 한편 재선충병 발생지역에서는 소나무를 임의로 이동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미아 차장대우 miasong@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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