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지만 자전거로 100㎞는 달릴 수 있습니다”
상태바
“보이지 않지만 자전거로 100㎞는 달릴 수 있습니다”
특집 장애인의 달 기획특집-① 장애를 극복하고 자전거 타는 시각장애인 박용택 원장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4.04.14 03: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츠와나 바이사고 대학에서 ‘도전과 연합’ 주제로 강연 후 학생들과 기념촬영 | 강연에 참석한 보츠와나 대학생들과 함께 한 박용택 원장(우측에서 두번째)
1급 시각장애인 박용택 원장과 그의 아내

오는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자전거 타는 1급 시각장애인 박용택 씨를 만났다. 가족의 사랑으로 장애의 장벽을 넘고 두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그의 이야기를 통해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제고해 본다. 

건강을 위해 아내와 자전거 타기를 시작

얼마전 TV방송에 ‘자전거 타는 시각장애인’이 등장해 이목을 끌었다. 그는 복면을 쓴 채 뒷좌석에 앉은 아내의 손 액션에 따라 직선도로는 물론 커브길, 내리막길을 쌩쌩 달린다. 차량진입 방지봉 사이도 쉽게 통과한다. 앞이 보이는 듯 자유롭게 자전거를 타서 모두를 놀라게 한 그는 1급 시각장애인 박용택(64, 현대물리시술원) 원장이다. 
45년간 물리치료사로 일하고 있는 박 원장은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고 삼일은 자전거를 탄다. 9년째 자전거를 타고 있다는 박 원장은 짧게는 40㎞, 길게는 100㎞를 달린다. 양산에서 시작되는 자전거도로를 타고 밀양을 거쳐 함안보까지 왕복하면 엉덩이가 뻐근하단다. 
기자가 자전거를 타게 된 계기를 묻자 박 원장은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데다 10세 때 시력을 잃다보니 남들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 했다.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환자들을 치료하다 보면 종종 몸살이 났는데 그때마다 빨리 회복하려고 스테로이드계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했다. 결국 약물 부작용으로 통풍, 고혈압, 비만, 관절염 등 심각한 질병들이 유발되었다. 건강을 위해 5년가량 등산을 했는데 내려올 때 미끄러지는 등 사고가 많았다. 결국 신혼 초 아내와 함께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탔던 자전거를 못 잊어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라이딩을 시작했다”고 답했다. 

시각장애인은 깊은 통찰력을 보유해

박용택 원장은 “TV에 방영되었던 아내의 손 액션과 복면은 시청자를 위한 것이었다. 사실은 아내의 손에서 전해지는 긴장감을 본능처럼 읽어내기 때문에 사고없이 빠르게 자전거를 탈 수 있다. 그건 마치 오랜 부부가 상대방 감정의 흐름과 변화를 감지하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이어서 박원장은 “훈련된 시각장애인은 주변 사물에 부딪혀 반사된 소리를 통해 앞에 서 있는 장애물의 크기나 높이, 거리 등을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달리면서도 그 길이 훤히 트인 벌판인지 옹벽이 가로막힌 철로 옆인지를 단번에 알 수 있다”며 “분노하고 절망하다 체념하며 주저앉아 있던 나는 어느 순간,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에 집착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들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이후 발바닥에 느껴지는 감각과 귀에 들리는 각종 소리 정보를 분석하며 길을 찾는 훈련, 손끝으로 점자를 더듬어 글자를 해독하는 훈련을 통해 마침내 수십년간 암흑기 훈련을 받은 특수요원처럼 어둠속에서도 자연스러워졌다. 시각장애인은 눈을 제외한 다른 감각기관으로부터 습득한 정보로 인생을 설계하고 주도면밀하게 앞날을 내다봐야 하므로 깊은 통찰력을 가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뛰어난 감각과 사고력으로 고장난 전자제품을 완벽하게 수리하고 원문 의학서적을 독파하며 강연을 다니는 등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다.

장애보다 능력으로 가치 인정해 주는 사회 기대

두려움없이 도전하는 이유에 대해 박 원장은 “눈을 감고 걸어보라. 한 발짝 떼는 것도 무섭지 않나. 보이지 않는 세상을 산다는 것은 두려움 그 자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뢰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두려움에서 해방된다. 아내가 그런 존재다. 나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몸에 밴 아내가 이끌어주기 때문에 두려움이 담대함으로 바뀌어 무엇이든 해 낼 수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국내 장애인 인구 265만명 중 시각장애인은 25만명이다. 그중 90%는 중도 실명이다. 그들은 충분한 사회경험과 역량이 있음에도 장애가 오는 순간 경력이 단절된다. 박 원장은 사회적인 시스템과 배려가 부족해 소외감과 부당함을 느끼며 좌절할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령 대부분의 제품에 사운드 시그널이 장착되어 있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에어컨의 온도조절, 휴대폰의 충전상태를 숫자와 색깔로만 알 수 있다. 시각장애인에게는 굉장한 차별”이라며 “시각장애인은 눈이 안 보일 뿐이지 똑같은 지능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 장애보다는 능력을 보고 사회의 일원으로 존중해 주는 사회가 조성되어야 한다. 아울러 복지정책 역시 시혜와 동정의 차원이 아니라 자립할 수 있는 환경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송미아 차장대우 miasong@igoodnews.or.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