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다름으로 인정하는 교육이 필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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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다름으로 인정하는 교육이 필요하죠”
연재 장애인의 날 특집 - ①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7.04.1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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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 청소년들의 자립과 일반인 대상 장애 이해 교육에 매진 다가오는 20일은 제37회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30년 간 지적장애 학생들을 위한 특수교육에 힘써 온 안산시 원곡고등학교 특수교육부장 김희승(51) 교사를 만나 보았다. 

맞춤형 직업교육 통해 학생들 자립의지 키워

“특수교육은 우리 아이들이 졸업 후에 스스로 자립해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그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고, 더 나아가 학생들의 적성과 성향을 파악해 적합한 일을 찾아주는 것입니다.” 
지난 주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원곡고등학교(교장 김재인)에서 만난 김희승 교사는 바람직한 특수교육의 방향과 최종 목표에 대해 먼저 말문을 열었다. 김 교사가 근무하고 있는 원곡고에는 총 3개의 특수학급에서 지적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이들은 일반 학생들과 함께 섞여 통합교육을 받으면서도 특수학급에서는 각 개인에 맞는 직업전환 교육을 받는다. 
기자를 보며 밝게 인사하는 이곳의 학생들은 언뜻 보기에는 일반 학생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였다. “일반학교에서 교육을 받기 힘든 중증장애학생들은 특수학교에 입학한다. 하지만 여기에 있는 학생들은 일상적인 생활이 충분히 가능하다. 단지 또래의 일반학생들에 비해 문제 해결 능력이나 표현력, 논리적 사고가 부족할 뿐이다”라고 김 교사는 말했다. 원곡고에서는 이러한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바리스타 교육, 텃밭 가꾸기, 자동차 세차교육 등의 직업교육 과정은 학생 개개인의 강점을 파악해 특기로 발전시켜 자존감과 자립의지를 키워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장애학생들이 직접 할 수 있도록 교육

김희승 교사가 특수교육을 진로로 삼게 된 건 아주 우연한 계기에서였다.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사학을 전공하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한 교수님이 기고한 특수교육에 관한 글을 읽고 진로를 바꾸게 되었다. 청각과 시각을 잃은 헬렌켈러(Helen Keller, 미국의 사회사업가, 1880~1968)를 가르친 설리번 선생님에 관한 글이었는데 어릴 적 학교에서 봤던 지적장애 학생들이 생각나면서 특수교육에 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떼쓰던 학생이 학교에 재미를 붙이고, 직업교육을 통해 자신의 적성을 찾아가는 등 학생들이 점점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특히 교사와 학생 간 서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학생들이 자신을 위하는 선생님의 마음을 알아줄 때는 이 길을 선택한 것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때론 자녀에 대한 과도한 보호나 교육 방식에 대한 차이로 교사를 믿지 못하는 학부모를 만날 때면 힘이 빠지기도 한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에 있어서 교사와 부모가 다를 때가 있다. 장애가 있다고 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아이를 위해서 다 해주면 아이들이 직접 할 수 있는 일을 놓치게 된다. 그래서 저는 부모들에게 계모가 되라고 말한다. 부모가 다 해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할 수 있도록 강하게 키우는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이해하고 배려해야”

올해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장애인들의 권리의식이 향상되고 있지만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법이나 규제도 필요하지만 장애인을 이해하는 교육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김 교사는 강조한다. 그래서 그는 해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비장애 학생들에게 장애 이해교육을 시행한다. ‘우리가 배려해야 하는 사회적 약자 중 하나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다. 장애는 차별로 봐야할 문제가 아니라 다름으로 인정해야 한다’라며 진솔하게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장애학생들의 학교생활을 도와주며 특수교육으로 진로를 바꾸는 학생들도 있다. “장애 이해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장애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달라지고 있다. 다름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많아질수록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도 확산될 것이다”라며 교육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
“제가 남들보다 장애인 교육에 대한 사명감이 깊고 학생들을 향한 사랑과 헌신이 넘쳐서 특수 교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교육에 대한 관점과 학생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뿐이죠.” 교사의 기준이 아닌 학생들의 눈높이로 바라보며 특수 교육의 길을 묵묵히 걷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더불어 사는 따뜻한 사회를 느낄 수 있었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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