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위해 싸운 소년·소녀병을 기억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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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위해 싸운 소년·소녀병을 기억하십니까?
특집 호국보훈의 달 특집-① 지난 4월, 16년간 운영된 6·25 참전 소년·소녀병 전우회 문 닫아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0.06.05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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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참전 소년:소녀병 전우회 윤한수 회장

올해는 6·25 전쟁이 발발한지 70년이 되는 해다. 세월의 흐름 속에 전쟁의 기억은 희미해졌지만 자유와 평화를 위해 싸웠던 이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외침은 계속되고 있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소년으로 전쟁에 참전했던 6·25 참전 소년·소녀병 전우회 윤한수(86) 회장을 만나보았다.

다부동 전투는 6:25 전쟁에서 가장 치열했던 전투 중 하나였다

6·25 전쟁 당시 소년·소녀병 2만 8천여명 참전

“소년병 위상을 드러내 명예를 선양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다면, 앞날이 구만리 같은 소년들을 죽음이 전제된 전쟁터에 보내지 말았어야 합니다.” 6·25 참전 소년·소녀병 전우회 윤한수 회장이 6·25전쟁 70주년을 맞이하며 밝힌 소회의 일부다.
지난주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윤한수 회장은 6·25전쟁 당시 16세의 나이로 군에 입대하게 된 계기를 찬찬히 설명했다. “6·25 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초 중학교 소집일에 참석해 보니 학도호국단이 나라가 위기에 처했음을 알리며 학생들에게 입대를 권유했다. 당시 강제로 징집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강제입대냐, 자원입대냐를 결정해야 했다. 자원입대를 결정하자 어머니가 내 손을 잡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다. ” 당시 윤 회장처럼 소년‧소녀병으로 전쟁에 참전했던 이들은 2만 8천여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들 중 약 2600명은 전장에서 숨을 거뒀다. 소년·소녀병이란 6·25 전쟁 당시 17세 이하의 나이로 군에 입대한 이들을 말한다. 그들은 학생 신분으로 전쟁을 지원했던 학도병과는 달리 정식으로 군에 입대해서 군번을 부여받고 전투에 투입됐다. 또한 이들은 휴전 이후에도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고 1~2년 더 군에 남아 임무를 수행했다.

협회 설립 후 명예 회복 위한 다양한 활동 펼쳐 

윤 회장은 전쟁 중 소년병으로써 겪었던 기억을 회상하며 기자에게 들려주었다. “육군 제1사단 17야전 포병대에서 군 생활을 시작했다. 내 임무는 포탄을 운반하는 일이었는데, 다부동 전투에도 참전했다. 포탄 운반 중 부상을 당해 24시간 동안 혼수상태였던 적도 있었고, 인민군의 방망이 수류탄 파편을 얼굴에 맞는 위험천만한 순간도 있었다. 지금도 그때 흉터가 남아있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너무나 또렷하고 생생하게 당시의 상항을 설명하는 윤 회장을 보면서 전쟁의 기억이 지금도 그에게 얼마나 크게 자리 잡고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전역 이후 공무원으로 재직하던 윤 회장은 2004년부터 약140명의 회원과 함께 6·25 참전 소년·소녀병 전우회를 설립했다. 잊혀진 존재였던 소년·소녀병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친 끝에 2009년 비로소 국가로부터 소년·소녀병의 존재를 인정받는 등 적지 않은 결실을 이뤄냈다. 하지만 아직 그에게는 이루지 못한 소망이 하나 있다. 바로 소년·소녀병을 국가유공자로 예우하는 법을 제정하는 일이다. 지난 16년간 관련 법안이 국회에 상정되었지만 매번 입법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오랜 싸움에 지친 그는 결국 지난 4월말 16년 동안 운영해온 협회의 문을 닫기로 했다.

1·4후퇴 후 전우들과 함께 찍은 사진(뒷줄 오른쪽이 윤한수 회장)과 16년간의 전우회 활동을 정리한 책자

“국가 위해 싸워줘 고맙다는 그 한마디 듣고 싶다”

윤 회장은 16년간의 싸움을 그만둔 이유를  “내일모레면 나이가 아흔인데 내가 무슨 욕심이 있겠나. 남은 소원이 있다면 국가를 위해 싸워줘서 고맙다는 그 한마디를 듣는 것이다. 활동을 지속하고 싶지만 회원 대부분이 고령이다. 또 ‘지난 16년간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인데 더 이상 노력해서 무엇하겠나’라는 자괴감도 들었다”라고 밝혔다. 이제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지만, 그의 말에는 일생의 소원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그대로 묻어났다. 그는 협회를 중단하면서 매년 진행한 소년·소녀병 위령제도 더 이상 치르지 못할 상황이었는데, 얼마 전 예비역 장성들의 모임인 성우회에서 올해 위령제를 치러주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고마워했다.
한편,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싸웠던 소년·소녀병의 존재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못한 채 잊혀져 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이들이 윤 회장의 뜻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 29일 ‘6·25참전 영웅, 소년병 어르신들을 위한 특별입법을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을 올린 하경환(44) 변호사는 “많은 소년병 참전 어르신들이 노환으로 돌아가시는데, 정작 소년병의 존재에 대해서는 점차 잊혀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어린 나이에 나라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전쟁터에 뛰어든 그들을 이제는 국가가 제대로 대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민수 차장대우 mskang@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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