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문화가정 넘어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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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문화가정 넘어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정으로
특집 추석특집 - 언어·문화적 차이 뛰어넘어 한국사회에 안착한 다문화 두 가정 이야기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9.09.0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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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내 결혼 이주민 다문화가정이 30만을 넘어섰다. 이제 이들은 우리 사회를 이루는 소중한 구성원이 되고 있는데 이에 한국사회에서 가정을 이루고 안정적으로 정착한 다문화 두 가정을 만나 보았다.

다문화가정 30만 시대, 그러나 사회 문제는 여전

매년 명절이 다가오면 전국 곳곳에서 다문화가정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개최된다. 이러한 행사를 통해 주변 이웃과 소통의 기회를 가지며 그들이 자연스럽게 적응하도록 돕고 있다. 이뿐 아니라 다문화가정 30만을 넘어선 시점에서 우리 정부는 2018년 ‘다문화가족지원법’을 제정했고 각 지자체 단위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는 결혼 이민자 등에 대한 교육, 일자리 정보 제공을 비롯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다문화가정 내 가정폭력 소식이나 외국인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차등 문제 등은 여전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데 많은 전문가들은 그 원인이 문화·언어적 차이로 인한 소통의 부재라고 진단하고 있다. 
지난주 기자는 다문화가정을 이루고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고 있는 이철희(한국, 30)·에이프리퍼(미얀마, 29) 부부와 전라남도 광주에 거주하고 있는 자렛 델라파스(필리핀, 37)·손미숙(한국, 37) 부부를 만났다. 먼저 이철희씨 부부의 인연은 특별하다. 5년 전 에이프리퍼씨가 한국에서 진행되는 청소년캠프에 참석했고 캠프 이후에도 3개월 동안 한국에 있다가 미얀마로 돌아갔다. 이후 이철희씨가 해외봉사 프로그램으로 미얀마에서 1년 동안 지낸 것이 인연이 되어 현재 결혼 4년차 부부로 지내고 있다. 자렛씨 부부의 인연은 2008년 광주의 한 대안학교에서 시작됐다. 자렛씨가 그곳 학교의 영어교사로 지내는 동안 아내 손미숙씨를 만났고 현재 결혼 11년차에 접어들었다.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먼저 외국인과 결혼하는 것에 대한 그들의 생각은 어땠는지 궁금했다. 이철희씨는 “주변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걱정을 많이 했지만 사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문제되는 건 전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서로의 모국어를 잘 못하다보니 부부싸움을 할 때 큰 싸움으로 이어지지 않아서 더 좋은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한국에 살면서 언어나 정서 또는 문화적 차이로 인해 겪었던 에피소드도 있다. 에이프리퍼씨는 “한국 사람들은 잘 살아서 그런지 참을성이 없는 것 같다. 길을 가다가 부딪치면 대부분 화를 낸다. 미얀마에서는 웃으면서 ‘괜찮아요’ 하고 지나간다”라고 말했다. 
또 자렛씨는 “아내가 둘째 아이를 산후조리할 때 너무 더워서 문을 조금 열어놓고 잤다. 그런데 그날 아내가 많이 힘들어 했다. 필리핀에서는 몸조리를 할 때에도 에어컨을 켜놓기 때문에 한국의 그런 출산문화가 낯설었다. 하지만 그 일을 계기로 한국의 산후조리문화에 대해 많이 공부하면서 이제는 그 분야에 달인이 된 것 같다”며 문화적 차이가 존재하지만 그런 일을 겪으면서 서로의 차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또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우자의 모국 문화 배려하는 자세 필요

다문화가정 중에서도 부부가 서로 소통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이철희씨는 “아내도 한국문화를 접했고, 나도 미얀마에서 1년을 살았다. 그래서 서로를 이해하는 폭이 넓은 편이다. 다문화가정에 있어서 배우자에게 한국의 문화와 언어를 배우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상호간에 공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손미숙씨는 “남편 가족들이 해외에 있다보니 미안한 마음이 커서 지난 5월에 시부모님과 친척들을 한국에 초대해서 가족여행을 했다. 20명이 넘는 가족들과 여행하면서 서로 멀리 있어도 자주 연락을 주고받으며 어려움에 처한 가족이 있으면 서로 돕는 가족애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끝으로 자렛씨는 한국사회에 특별한 당부의 메시지를 던졌다. “다문화가정 또한 대한민국 사회 구성의 일부이다. 따라서 이들을 다문화가정이라는 단어로 규정짓지 말고 하나의 ‘가정’으로 받아들이고 그 가정을 이루는 구성원을 하나의 인격체로 맞이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기자가 만난 두 가정 모두 이처럼 언어·문화적 차이로 인한 어려움이 존재하지만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등 노력을 멈추지 않고 살아가고 있었다. 이들의 상호 이해와 존중의 모습이 화목한 삶의 근간이 됨을 감안할 때, 오늘도 한국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여타 많은 다문화가정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정연 차장대우 jyko@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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