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모셔야지, 자식 챙겨야지… 이중고 겪는 5060의 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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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모셔야지, 자식 챙겨야지… 이중고 겪는 5060의 애환
핫이슈 5060세대 세 가구 중 1가구는 성인 자녀·노부모 동시 부양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8.04.06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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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5060세대 세 가구 중 1가구가 노부모와 성인 자녀를 동시에 부양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이중 부양 문제에 대한 책임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가족 부양 현상 ‘더블케어’ 등장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김모(58) 씨는 은퇴를 앞두고 경제적 부담에 대한 걱정이 많다. 퇴직 후 국민연금 외에는 딱히 수입이 없기 때문에 재취업이나 창업을 해야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 왜냐하면 부부의 생활비 외에도 따로 사는 노부모에게 매달 용돈을 보내드려야 하고 취업이 늦어져 함께 사는 자녀의 뒷바라지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자녀가 결혼하게 될 경우 결혼비용이나 신혼집 마련에도 목돈을 보태야 하고 부모님이 지금은 건강하시지만 혹시 건강상 문제가 생겨 입원이나 수술할 경우에도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노후자금을 모을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베이비부머 전후 세대 가운데 김 씨처럼 은퇴나 노후를 앞두고 있음에도 여전히 가족을 부양하는 중장년층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성인 자녀 부양과 노부모 부양이라는 두 가지 짐을 동시에 지고 있는 5060세대들의 ‘더블케어(Double Care)’가 새로운 사회 현상으로 대두되고 있다. 더블케어란 일본 요코하마국립대학의 소마 나오코 교수가 처음 명명한 용어로 아래로는 성인 자녀를, 위로는 노부모를 동시에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5060세대 중 자녀가 어리거나 자녀가 독립하지 않은 채 부모와 사는 경우, 더블케어 상태가 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청년층 취업난, 고령층 수명연장 등이 주요인

최근 국내 5060 세대 세 가구 중 1가구는 성인 자녀와 노부모를 동시에 부양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지난해 12월 기준 성인 자녀를 두고 있으며 양가 부모 중 한 분 이상이 살아있는 국내 만 50~69세 남녀 2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34.5%가 더블케어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한 달 소득의 20% 가량을 자녀와 부모를 부양하는데 사용하고 있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더블케어 중인 10가구 중 6가구는 성인 자녀에게 매월 정기적으로 필요한 생활비를 주거나 학자금, 결혼자금 등 목돈을 주기도 하였다. 게다가 노부모의 생활비 지원 및 간병을 하고 있는 가구는 더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지원 금액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생활비와 간병비는 조절하기 어려운 고정비용이기 때문에 이러한 더블케어가 가계 지출구조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그렇다면 5060세대가 더블케어 상태에 놓이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최근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청년층의 취업난으로 경제적 독립이 점점 어려워지고 이와 더불어 만혼현상까지 나타나면서 부모에게 의존하는 성인 자녀가 늘어나는 추세다. 또한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고령층의 수명연장도 5060세대에게는 개인적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결국 더블케어는 이러한 사회·경제적 변화들이 가져온 현상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일부에서는 맞벌이 자녀를 위해 손주까지 양육해야 하는 ‘트리플 케어(삼중 부양)’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부양 문제에 대한 국가적 정책 마련 필요  

일본은 만혼현상이 심화되면서 우리나라보다 더 일찍부터 더블케어가 심각한 문제로 드러났다. 한창 일할 나이인 40대부터 어린 자녀와 노부모를 동시에 돌봐야 하다 보니 4050세대가 주로 더블케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들이 육아나 노부모 병간호를 이유로 일을 그만두면서 노동력 부족 문제와도 직결된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요코하마시에서는 상담 창구를 설치하여 더블케어와 관련된 고충을 파악하고 대응하는 원스탑 상담을 시작했다. 또한 개인이나 단체가 더블케어 관련 사업을 운영하거나 창업하는 것을 지원하는 등 새로운 방법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 
독일, 스웨덴 등 복지국가에서는 노인문제를 사회가 공동으로 분담하고 있고, 서구 사회 문화가 성인 자녀와 부모가 함께 사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부모와 자녀 모두 독립적인 의식을 갖고 있다. 
더블케어는 점점 그 대상이 젊어지고 늘어나기 때문에 일부 세대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은 고령화나 만혼화 속도에 비해 육아 및 부모 간병에 대한 지원 제도가 미흡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계속 늘어나는 사회적 부양 비용이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길 수 있어 부양 문제에 대한 끊임없는 논의와 국가적 차원의 부양 정책 마련 등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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