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참외의 고장 성주에서 참외농사를 짓는 농부다. 이 지역에서는 10월에 참외농사를 시작해 이듬해 2월에서 8월까지 수확한다.
몇 년 전, 12월임에도 불구하고 날씨가 너무 포근해서 참외가 잘 자란 적이 있었다. 한 달 만에 넝쿨이 이랑을 가득 채워 꽃도 잘 피고 열매도 많이 달려서 농부들은 농사가 잘 되었다며 기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성주에서 농사를 잘 짓는 사람이 와서 “참외 나무에 속는구나”라며 참외 넝쿨이 좋아 보이지만 뿌리는 아직 좋지 않기 때문에 첫 열매는 한 개만 남기고 뿌리가 약해지지 않도록 다 따 버려야 된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한 포기에 한 개만 두고 다 따버려서 3월에 좋은 결실을 맺었다. 하지만 참외 출하가 시작된 후 주변 농부들은 모두 참외 잎이 다 말라 올해 농사 망쳤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많은 열매가 맺히는 것을 좋아하지 뿌리가 계속해서 열매를 맺을 수 있을 만큼 튼튼한가에는 관심이 없다. 하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멀리 보고 뿌리를 관리하며 농사를 짓는다. 인생도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당장 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이 참된 행복이 아닐 수 있다. 눈에 보이는 현상만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뿌리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손인모 대표/ 보화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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