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최부잣집을 찾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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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최부잣집을 찾아가다
줌인 시공을 초월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7.07.1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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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이 만연한 요즘 사회에서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조선시대 경주 최부잣집이 재조명 받고 있다. 300년 동안 부를 이어오며 나눔에도 인색하지 않았던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에 절실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 

최근 미스터 피자의 갑질 논란이 많은 국민들을 울분케 하고 있다. 유통과정에서 중간업체를 끼워 넣어 ‘치즈 통행세’를 받았다는 내용부터 미스터 피자 가맹점을 해지한 점주의 장사를 방해해 자살까지 몰고 가는 등 사회 저명인사의 상식 없는 행동 때문이다. 어느새 한국에선 지도자층 및 공인들의 도덕성이 많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탈세, 위장전입, 갑질 등 부도덕한 단어가 사회적 부나 명예를 축적한 사람들의 꼬리표처럼 따라 붙고 있다. 

하지만 이와 달리 해외에선 부자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많은 이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있다. 선진화된 사회란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의 실천 수준에 따라 좌우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소유 지분의 거의 전부인 52조 원의 거액을 기부한 페이스북 창시자 마크 저커버그와 함께 워렌 버핏, 빌 게이츠 등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중심에 있다. 그들 모두 사재를 기부하고 자신이 일군 기업을 자식에게 넘겨주지 않았다. 이처럼 선진화된 사회 지도층들은 그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 실천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해외 저명인사들에게만 존재하는 것일까?   

경주 최씨 가문의 6가지 교훈

우리나라에도 조선시대부터 현재까지 현대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가문이 있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경주 최부자 이야기다. 경주에 가면 교촌마을에 하나의 관광코스처럼 되어 있는 최부잣집을 만날 수 있다. 집 자체만 보자면 그 당시 굉장한 부자였구나 라는 감상만을 남길 수도 있지만 그곳의 해설자이자 관리자인 최용부(70) 선생의 설명을 듣게 되면 그 생각이 달라진다. 
최용부 선생은 많은 내·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최부자 집안의 여섯 가지 교훈을 자세히 설명했다. ‘흉년에는 땅을 사지 마라’, ‘사방 백리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등을 통해 사회공동체적 기부를 가장 먼저 실천했다. 또한 ‘과거를 보되 진사이상의 벼슬을 하지마라’로 정경유착을 경계하고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는 교훈으로 인간의 탐욕을 조심할 것을 가르쳤다. 최용부 선생은 “최부자의 교훈은 처음부터 정해진 것이 아닌 자신들이 살아오며 꼭 필요하다고 느낀 것들을 교훈으로 만든 것이다”라며 경주 최씨 가문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설명했다.  
또한 집안의 마지막 부자였던 최준(1884~1970)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사회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최준은 일제강점기 막대한 독립자금을 제공하고 남은 재산을 대구 대학 설립에 기증했다. 교육이 나라를 이끌어갈 인재를 키우는 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눔으로 진정한 부의 미덕 보여줘

예로부터 부자(富者)가 3대 못 간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최부자댁은 300년을 굳건하게 부자의 명성을 지켰다. 자신 주변의 약자들을 지키고 사회 환원과 스스로의 탐욕을 경계함으로써 진정한 부의 미덕을 보여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누리고 사는 만큼 가진 것을 나누어 쓰고, 전선을 앞서 지키겠다는 성숙한 지도층의 표본이 된 것이다. 그렇기에 누구나 최부잣집이 망하지 않기를 소망했다. 조선조의 사표(師表)이고 자존심이자 아름다움이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사회에는 존경받는 부자가 드물다. 심지어 부자라고 하면 덮어놓고 욕하는 사람도 있다. 이같은 이유는 지금의 사회지도층이자 부를 누리는 사람들의 부족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경주 최부자 가문은 “재물은 분뇨와 같아 모아두면 악취가 넘쳐 나지만 이를 밭에 골고루 뿌려주면 거름이 되는 법이다”라고 말했다. 나눔으로써 더 부자가 될 수 있었던 최부잣집 사람들의 정신을 이제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                                    
이현주 기자 julees43@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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