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로 구두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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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로 구두를 만듭니다
[인터뷰] 남성 수제화 ‘슈마허킴’ 김용재 장인을 만나다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6.10.0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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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고유의 종이인 한지는 패션, 공예품 등 다양한 곳에 응용되고 있는데 최근 이 한지를 이용해 구두를 만드는 곳이 있어 화제다.

40년간 구두 외길 인생, 지금은 가족이 함께해 든든
 
지난주, 기자는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에 위치한 수제화 전문점 ‘슈마허킴’을 찾았다. 다양한 구두들이 진열된 매장 바로 옆 작은 공장에서는 김용재(58) 장인이 구두를 만들고 있었다. “1976년도부터 시작했으니 구두 만든 지 벌써 40년이나 지났네요.” 김용재 장인의 첫 마디였다. 그는 명동의 한 살롱화(소품종·개인별 맞춤구두) 가게 견습생 생활로 수제화와 첫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 이후, 성남에서 양화점을 시작했고 금강, 에스콰이어 등 큰 기업에 납품을 하며 직원 수가 30여 명에 이를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IMF 외환 위기의 칼바람을 피해갈 수 없었다.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그만둘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할 줄 아는 일이 이것밖에 없다 보니 그냥 버티게 되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딸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신발 제작자를 뜻하는 독일어 ‘슈마허(Schuhmacher)’와 가족의 성인 ‘김’을 합친 브랜드 ‘슈마허킴’을 내세워 구두 쇼핑몰을 창업했다. 현재 슈마허킴의 대표는 김용재 장인의 딸 김원경(33) 씨가 맡고 있으며 그의 아내와 동생 또한 각자 역할을 분담해 공장에서 함께 구두를 제작하고 있다. 그는 “가족이라서 서로의 마음이 잘 통하고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보다 더욱 신뢰가 간다”고 말했다.
 
가볍고 통풍성 좋은 한지로 구두 제작
 
2008년에 창업한 슈마허킴은 발에 꼭 맞는 품질 좋은 구두를 만든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지금까지 꾸준히 매출 상승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인천과 강원도 등 멀리서 직접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도 늘고 있으며 정우성, 이범수, 류현진 선수와 같은 유명 인사들에게도 협찬을 하고 있다. 
김용재 장인은 “전에 소아마비를 앓고 있는 손님이 오셔서 구두를 제작한 적이 있는데 발에 잘 맞는다며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다양한 아이디어로 끊임없이 새로운 구두를 제작하고 있는데 최근 한지를 재료로 한 구두를 만들어냈다. 한지로 원단을 만드는 한 기업에서 김 장인에게 구두제작을 의뢰했고 구두를 완성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처음엔 종이 원단이라 찢어질까봐 물에 담가보았는데 전혀 변화가 없어서 구두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구두에 맞는 원단으로 좀 더 보완을 하고 구두를 만들 때 쓰는 약품이 종이에는 맞지 않아 새로운 약품을 쓰는 등 많은 연구를 통해 구두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한지구두는 아직은 실험단계로 몇몇의 사람들이 시험 착용을 하고 있다. 
“한지 원단은 천연소재라 화학성이 없고 가벼우며 통풍성이 좋은 것이 큰 장점이다. 한지구두를 개발한 지 이제 2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아 적어도 1년은 신어봐야 실용성이 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 한지구두를 신어 본 사람들이 특별한 문제없이 괜찮다고 말한다. 앞으로 이 한지구두가 상용화 될 수 있도록 계속 만들어갈 것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수제화 시장 사양화 우려... 명맥 유지되었으면
 
수제화 시장은 기성화나 운동화가 보편화되면서 점점 사양산업으로 접어들고 있다. “요즘에는 구두 만드는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이 별로 없다. 대학에서 구두학과를 전공한 학생들도 실전에서 일하다 보면 어렵고 힘드니까 중간에 포기한다. 머지않아 구두기술자들이 점점 사라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된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또한 “누구든 배울 마음만 가지고 있다면 이 기술을 전수해 주고 싶다”며 수제화의 명맥이 계속 유지되기를 희망했다. 그는 앞으로 공장을 좀 더 확장해 수제화 생산을 늘리고 한지구두도 실험단계가 끝나면 더욱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어떤 모양의 발이든 그 발에 잘 맞는 가장 편안한 구두를 만드는 것이 제 일입니다”라는 그의 말에서 40년간 이어온 장인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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