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 휘젓는 백발의 청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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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 휘젓는 백발의 청춘들
줌인 평균연령 81세, 축구로 건강 유지하는 ‘서울 80대 축구단’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6.07.0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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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 운동은 선택이 아니라 생활이자 필수가 되었다. 특히 ‘서울 80대 축구단’ 할아버지들은 축구를 통해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를 보내고 있다. 

한 달에 4~5회 경기하며 체력을 유지
 
“우리 공이야! 뒤로 패스해!” “슛, 슛!” “아이구, 기가 막히게 찼는데 아쉽네…”
지난달 24일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머리가 희끗한 선수들이 경기장을 뛰어다니며 공을 차고 있었다. 이 날 경기장에서는 청·홍 두 팀으로 나뉜 선수들이 25분씩 3쿼터로 연습 경기를 가졌다.
지난 2014년 9월 창단한 ‘서울 80대 축구단’(단장 강한석)은 평균연령이 81세인 고령 선수들로 구성된 우리나라 유일의 80대 축구단이다. 고령화 시대에 따른 노인층의 생활체육 참여가 증가하면서 70대 이상의 노년층 축구단이 전국으로 많이 생겨났다. 그러나 70대가 많아지다 보니 순발력이 떨어지는 80대는 자연스레 소외가 돼서 80대 이상의 노인들로 축구단을 만들어보자는 것이 계기가 되었다. 축구단의 회원 가입은 75분 이상 경기를 뛸 수 있는 체력과 기본기를 갖춘 79세 이상의 할아버지라면 누구나 가능하다. 
현재 32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축구단은 보통 한 달에 4~5회의 연습경기를 가지며 가끔은 외부의 다른 축구단과 친선경기를 갖기도 한다. 주로 효창운동장에서 경기를 갖는데 서울 및 수도권 뿐만 아니라 대전에서도 운동을 하기 위해 먼 길을 달려오는 회원도 있다. 
 
젊은 시절부터 꾸준히 해 온 축구 베테랑
 
이 날 경기에서는 거친 몸싸움과 태클 등 치열한 공방전 속에 연장전까지 가져 결국 홍팀의 승리로 끝이 났다. 자신 앞에 공이 오면 쉬지 않고 전력을 다해 뛰어나가는 모습이 80대 할아버지라고는 믿지 못할 정도였다. 때론 패스가 제대로 연결이 안되거나 상대방에게 슛팅이 저지 당할 때는 호통과 훈수도 들려온다. 하지만 경기 내내 서로에 대한 격려와 “나는 호나우두고 형님은 메시여”와 같은 재밌는 농담으로 웃음이 가득했다. 축구단의 할아버지 선수들은 2시간 정도는 거뜬히 뛸 정도로 체력이 탄탄했다. 경기가 끝나는 것이 아쉬워 10분만 더 뛰자는 의견도 여기저기서 나왔다. 이렇게 지치지 않고 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은 대부분 선수들이 젊은 시절부터 축구를 해 온 베테랑들이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실업팀 한국전력에서 선수와 감독 생활을 한 회원, 독일에서 축구 지도자 자격증을 획득한 회원, 한국장수축구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회원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회원들이 몇몇 있다. 그 외에도 조기축구나 생활체육으로 꾸준히 축구를 해 온 회원들이 많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도 계속해서 축구를 하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축구가 격렬한 운동이다 보니 자칫하면 부상을 입기 쉽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길문(81) 씨는 “축구를 안해 본 노인들이 갑자기 시작하면 골절상을 입거나 근육통으로 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는 오랫동안 축구를 해서 익숙하고 위험할 것 같은 상황에서는 기술적으로 잘 피하기 때문에 젊은 사람보다 덜 다친다”고 말했다. 
 
93세 할아버지 선수 “축구가 건강 비결이여~”
 
이 축구단에서 최고령 선수는 올해 93세인 오진영(93) 할아버지이다. 그는 평안도가 고향으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축구를 시작했다. 북한 실업축구팀 선수로도 활약했던 그는 남한으로 내려온 뒤에도 조기축구팀에서 꾸준히 운동을 해왔다. 원래는 공격수가 포지션이었지만 체력도 부치다 보니 지금은 축구단의 수비를 맡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축구하러 다 같이 모이는 날이 가장 좋다. 지금 내 나이대의 친구들은 거의 없는데 이곳에서는 회원들이 선배로 존경도 해주고 형님처럼 대해 줘서 기쁘다. 축구가 건강 비결인지 아픈 데도 없고 특별히 챙겨 먹는 약도 없다”고 말했다. 
축구단 사무국장인 문종희(79) 선수는 “우리 나이 또래는 보통 경로당이나 복지관에서 노인 대접 받으며 시간을 보낼 때가 많은데 이렇게 서로 어울려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면 더욱 건강하게 노년을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과 같은 나이 많은 노년층들에게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선 어떤 운동이건 간에 계속 움직여라”고 조언했다. 
축구를 통해 젊은 사람 못지않게 당당하게 즐거운 인생을 만들어가는 할아버지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들 모두 ‘100세까지 무병장수’를 누리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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