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고 뜯고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상태바
씹고 뜯고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연재 2016년 이것만은 바꾸자 - ③ 사이버 언어폭력 날로 심각, 우려의 목소리도 커져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6.01.15 15: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주 동안 2016년을 맞아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변화가 무엇인지를 알아보았다. 이번 호는 그 마지막 시간으로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사이버 언어폭력의 심각성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Contents
1. 새해에는 못 오면 못 온다고 말해 달라 전해라 - 노쇼
2. 여기가 놀이터? 어머님이 누구니 - 공공장소 예절
▶ 3. 씹고 뜯고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 악성 댓글  
 
초중고생 19%, 성인 30%, 사이버 폭력 경험
 
과거 익명성은 낭만과 정의의 상징이었다. 차마 이름을 적을 용기가 나지 않아 영어로 된 이니셜을 써 보냈던 연애편지가 그랬고, 지금도 극장가에선 빼놓을 수 없는 레퍼토리인 정의를 위해 가면을 쓴 영웅들의 이야기가 그렇다. 그런데 오늘날 대한민국의 익명성은 그것들과는 사뭇 다르다. 이 시대의 익명성은 졸렬한 폭력의 상징으로 전락했다. 
특히 인터넷 상에서 이뤄지는 익명의 ‘사이버 폭력’은 날이 갈수록 그 강도가 심해지고 있다. 오늘날 평범한 우리 이웃은 물론 심지어 대통령까지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한 모든 사람이 사이버 폭력의 표적이 되고 있다. 지난 2014년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발표한 ‘사이버 폭력 실태 조사’를 보면 최근 1년간 초‧중‧고생의 19%, 성인의 30%가 사이버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는데, 가해자의 70%가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익명의 대상이다.
사이버 언어폭력의 대표적인 유형 중 하나가 바로 ‘악성 댓글’이다. 악성 댓글이 다른 사이버 폭력보다 유독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개인의 의견을 넘어 여론을 형성하는 동조 효과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콘텐츠학회지에 실린 논문을 보면 베스트 댓글(댓글 중 다른 사람의 추천을 많이 받은 댓글)이 부정적일 경우 뒤따른 댓글 역시 부정적일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즉 사실 관계와는 상관없이 앞선 댓글 때문에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악성 댓글 만연, 거짓으로 물든 사이버 세상
 
악성 댓글은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고 가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08년 대한민국 최고의 여배우였던 최진실 씨가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가 자살해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트렸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후 그녀의 남동생과 전남편 역시 스스로 목숨을 끊어 악성 댓글로 인한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이후에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계속되고 있지만 지금도 악성 댓글이 끊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악성댓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현실세계에서 얻기 힘든 인정과 만족감을 댓글에 대한 반응으로 얻으려다보니 자극적인 내용을 쓰게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최근 들어 이른바 ‘인터넷 찌라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얼마 전 C사의 한 직원이 과도한 업무로 사망했다는 내용의 글이 인터넷 상에 떠돌면서 화제가 됐다. 그러나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니며, 글을 작성한 것은 경쟁 업체 직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대기업 총수의 사생활이 유포되면서 주변인들의 신상이 공개돼 당사자들에게 큰 상처를 주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이런 거짓 정보를 유포하는 이들 중 ‘나도 들은 얘기다 아님 말고’식의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아 공분을 사고 있다.
 
댓글 실명제 시행하자 VS 표현의 자유 침해다
 
이러한 악성 댓글을 감소시킬 대안으로 닉네임이 아닌 실명으로 댓글을 쓰게 하는 ‘댓글 실명제’를 시행하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의견이 적지 않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한편 최근 악성 댓글의 주된 피해자 중 하나였던 유명 연예인들의 유연한 대처가 화제가 되고 있다. 국내는 물론 중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우 박해진 씨가 3년 전부터 악플러들과 함께 연탄 배달 봉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어떤 악성 댓글을 쓰면 참여할 수 있냐, 욕을 하면 되냐’는 댓글이 줄을 잇는 해프닝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피해자들의 유연한 대처 이전에 악성 댓글이 엄연한 폭력이라는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근본적으로 악성 댓글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키보드는 칼보다 잔인하다. 몇 번의 손가락 움직임이 누군가의 생명을 겨냥한 비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악성댓글을 줄이기 위해서는 내가 아프면 남도 아프다는 공감과 배려가 필요하다. 이제는 식상할 정도로 수없이 들었을 말이다. 하지만 너무나 중요하기에 한 번 더 강조하며 마무리하려고 한다. 아름답고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2016년 우리에게는 공감과 배려가 너무나 절실하다.
 
강민수 기자 wonderwork91@igoodnews.or.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