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는 사람을 얻는 지혜가 있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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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는 사람을 얻는 지혜가 있어야죠
[탐방] 인문학 배우는 수유시장 상인들 화제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4.12.1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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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불경기를 맞아 손님들의 발걸음이 줄어들면서 재래시장이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책을 모으고 외부 교수진을 초청해 인문학 특강을 여는 등 배움의 즐거움에 빠져 있는 수유시장 상인들이 화제다.

상인들의 열정으로 탄생한 수유마을 도서관
 
수유시장 입구로 들어가 미로 같은 길을 따라 안쪽으로 가니 수유재래시장 상인회 건물 안에 작은 도서관이 있었다. 안에 들어가니 크지 않지만 알차게 꾸며져 있고 한눈에 봐도 괜찮은 4,500여 권의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4년 전 시장상인들의 도서 기증으로 시작된 도서관에 이제는 회비와 후원으로 서점에서 직접 구매한 좋은 책들이 많다. 또 매주 외부 강사를 초빙해 인문학 강의를 진행한다. 
기자가 방문한 날에는 동양철학의 ̒주역̓ 강의를 하고 있었다. 損益盈虛(손익영허)를 與時偕行(여시해행)이니라. (덜어내고 더하며 채우고 비우는 것을 상황에 따라서 함께 행해야한다.) 강사는 장사를 할 때도 삶을 살 때도 이(利)가 있을 때 더 절제하고 조심하며 손(損)이 있을 때는 오히려 좋은 쪽으로 받으면 이로운 방향으로 간다고 말했다. 
황희경 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취업이라든지 스펙 쌓는 일에 열중하다보니 고전 같은 것을 고리타분하게 생각한다. 상인들은 생업에 종사하면서 지식에 대한 욕구가 커서 바쁜 와중에 열의를 갖고 들으니 보람이 크고 색다른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두부가게를 운영하는 박진효(57) 씨는 “장사를 하면 많이 바쁘다. 하지만 이 시간에 무엇을 우선시 할지는 선택의 문제다. 장사도 좋지만 공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역민인 은행원 김명화(47) 씨는 “지난주 강의 중에 강태공이 낚시를 하면서 때를 기다리는 것에 대해 들었다. 급하게 일을 저질러 실수도 많이 하는데 차분하게 뒤돌아보면서 적시에 내가 할 때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유시장 마을도서관에서 만난 사람들은 인문학 강의를 통해 한층 성숙한 삶을 배우고 있다.
 
각박해지는 사회에 따뜻한 시장문화 만들어
 
시장에서 이윤을 남기고 돈만을 벌려다보면 이웃 간 정이 없어지고 인간관계가 소홀해진다. 물건을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손님들과 이웃에 대해 잘 이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결국 인간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인문학 강좌가 필요한 시대이다. 이러한 때 작지만 도서관이 생겨 사람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시장 마을도서관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도서관 옆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재권(51) 관장은 “향후 목표는 이 작은 도서관이 시장의 중심역할을 하고 프로그램의 질을 지속적으로 높혀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선호(46) 운영위원은 “지역민과 상인들에게 행복한 마음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무슨 일이든 어떻게 받아들이고 마음을 쓰느냐에 모든 일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수유시장 도서관에서 느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상인, 지역민들이 마을도서관을 찾고 같이 지식과 마음을 나누는 수유시장 마을도서관이 되길 기대해본다.
 
박정현 기자 cool@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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