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게 위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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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위대하게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3.06.14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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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오랫만에 영화관을 찾아 국산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관람했다. 6월 5일 개봉한 이 영화는 8일 만에 무려 406만 명(6.13박스오피스)을 기록하고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장철수 감독의 이 영화는 사실, 많은 사람들에게 이미 알려진 동명의 웹툰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스토리는 대강 이렇다. 북한의 특수부대(5446부대) 요원들이 남한에 침투, 간첩 생활을 하는 내용이다. 솔직히 말해 ‘간첩’이라는 소재는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내포되어 있어 다소 무겁고 진부할 수 있는데도 이처럼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탄탄한 스토리다. 영화 이전에 벌써 많은 사람들이 웹툰을 통해 전 내용을 알고 있을 정도로 이미 검증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둘째, 꽃미남 배우의 캐스팅이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보여주었듯이 김수현(원류환 역)이라는 외모와 연기력을 갖춘 참신한 배우가 등장하여 10대~40대 관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셋째, 무거운 소재(분단, 간첩)의 단순화다. 소재가 주는 원초적 한계를 꽃미남 연기자들의 신선함에 코믹과 액션으로 버무린, 마치 겉절이 김치와 같은 풋풋함을 주고 있다.

 

 

물론 이 영화의 아쉬운 점도 눈에 띤다. 먼저, 장편의 웹툰(66화)을 2시간용으로 압축제작하는 과정에서 중간 스토리가 생략되어 내용 전개가 급격해지면서 원작을 모르는 사람은 다소 이해가 힘들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젊은 주연배우들의 연기력 부족이다(그나마 김수현은 다소 괜찮다는 평). 꽃미남 배우들의 외형적 조건에 비해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내용상 개연성(蓋然性)의 부족이다. 북한에서 가장 유능한 인재들을 오랜 기간 동안 혹독한 훈련을 거쳐 남파시키면서 하필 왜 달동네의 바보 역할로 임무를 주었을까? 북한의 대남 적화통일 혁명과업의 우선 순위로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설정이다
아무튼 영화평론가들과 관객들의 긍정 또는 부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현재 외화 블록버스터(‘맨 오브 스틸’, ‘스타트랙 다크니스’ 등)가 점령하고 있는 국내 영화시장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며 선두를 지키고 있는 데 대해 대견하기만 하다.
영화를 본 지 며칠이 지났지만 주인공 원류환(김수현 분)이 한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평범한 나라에 평범한 집에 평범한 아이로 태어나서 평범하게 살다 죽고 싶다~.” 이 영화는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만이 이해할 수 있는 ‘평범한 삶에 대한 감사함’을 다시 한 번 생각게 하는 영화임에 분명하다.

이진희 기자 jhlee@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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