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 많은‘키르기스스탄’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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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 많은‘키르기스스탄’사람들
Global 생생 Report 키르기스스탄 김연희 통신원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0.07.11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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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의 중심지인 키르기스스탄. 그래서인지 이곳 사람들은 찾아오는 방문객을 호의적으로 반긴다. 수도 비쉬켁에서 세 시간여 떨어진 까치꼬르카라는 시골마을로 여행을 갔을 때 일이다. 한 집을 방문하자 나이가 족히 70세는 되어 보이는 할머니가 나오셨다. 우리가 낯선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일단 들어오라고 하셨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아무 연고 없는 우리에게 리뾰시카(가마에서 구운 넓적한 빵)와 잼, 홍차와 설탕을 내어 주셨다.
음식을 먹은 후 성경을 꺼내어 보였더니 할머니가 깜짝 놀라면서 당황해 하셨다. 알고 보니 그때는 모슬렘의 금식기간인 ‘오로조’였는데 모슬렘은 성경을 금기시한다. 오로조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니는 집마다 우리를 반기고 음식을 주었다. 부유하지는 않아도 있는 그대로 소박한 음식으로 마음을 다해 대접해 주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동네를 한 바퀴 돌고, 그 마을에 사는 키르기스스탄 친구의 집에 도착했다. 친구 어머니가 만뜨이(한국의 만두와 비슷한 음식)를 만들어 주시고 뜨거울 때 차랑 같이 먹으라며 홍차를 따라 주셨다. 한 잔, 두 잔 계속 따라 주셔서 마셨는데, 슬슬 배가 불러오기 시작해 괜찮다고 아무리 손사래를 쳐도 또 따라 주셨다. 그렇게 열일곱 잔을 마시고 더 이상은 마실 수가 없어서 제발 그만 달라고 하자 거기에서 멈추었다.
키르기스스탄 사람은 집에 세를 주는 것을 싫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유는 처음에는 세 든 사람만 살다가 시간이 지나면 일가친척이 다 모여 살게 된다는 것이다.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얼마 후 다른 집에 다녀오고 나서 그 이유를 알았다.
그 집에는 사람이 정말 많이 살았다. 방 하나에 거실 하나가 있는 작은 아파트인데 그곳에 집주인, 딸 부부와 아이들, 둘째 딸, 먼 친척 여동생 둘, 사촌 여동생 아들들, 거기에다 손님으로 온 친구의 어머니까지 대략 십여 명이 그 좁은 집에 모여 살고 있었다. 불편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괜찮다고 하면서 손님인 우리까지 맞아주었다.  
최근에 키르기스스탄의 몇몇 정치가들의 욕망으로 일어난 쿠데타와 오쉬市 사태로 인해 아주 불안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손님이 오면 ‘아쌀라말레이쿰’(안녕하세요?) 하며 기쁘게 손님을 맞이해 주었다.
비록 지금은 분열과 혼돈의 땅이지만 낯선 사람들에게도 있는 그대로의 순수한 마음으로 대하는 그들을 보니, 그렇지 못한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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