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8.8의 강진후 두려워 하는 칠레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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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8.8의 강진후 두려워 하는 칠레 시민들
Global 생생 Report 칠레 박인주 통신원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0.03.0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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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7일 새벽 3시경, 갑자기 방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 흔들림이 점점 강해지더니 방 서랍장 위에 올려진 모든 물건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방이 점점 들썩거려 필자는 자고 있는 아이를 꼭 껴안고 어떻게 해야 할 바를 몰랐다.
그러다 지진이 일어나면 문설주에 서 있으라는 현지인의 말이 기억 나 얼른 문을 열고 나갔다. 전기는 다 나가 어둡고 캄캄했다. 얼마 전 아이티의 지진 장면이 생각나면서 너무 무서웠다. 하지만 지진에 익숙한 칠레 사람들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밖으로 나왔고  계속 사이렌 소리만 울릴 뿐이었다.
아침이 되자 한국에서 한 유학생의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다. 진도 8이 넘는 큰 지진이 왔다는데 괜찮냐는 안부전화였다. 우리는 그 소식에 더 놀라 얼른 뉴스를 보았다. 진원지는 산티아고에서 300km 떨어진 콘셉시온이었다. 뉴스를 통해 들리는 피해 소식에 다들 할 말을 잃었다.

지진으로 인해 먼지투성이가 된 집을 청소한 뒤 점심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평소에 갔던 마트에 가보았지만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거의 모든 대형 마트가 다 문을 닫아 여기저기 물어 간신히 조그마한 마트를 찾았다. 자동차에서 내려 보니 마트의 유리창은 다 깨져 있었고 진열된 술병이 깨져 술 냄새가 진동하였다. 그나마 찾은 마트에도 없는 것들이 많아 몇 가지만 구입하고 돌아왔다.
필자가 있는 산티아고에 고가도로가 무너지면서 교통이 마비되고 국제공항이 폐쇄되기도 하였다. 3월 4일 현재 사망자는 800명이 넘어섰고,  모두 피해 복구에 여념이 없다. 현지인들은 1960년 지진 역사상 가장 강력했다는 ‘발디비아(진도 9.5)’ 지진을 기억하며 “그때의 악몽이 떠올라 매우 두렵다”고 말했다.
칠레는 중·남미 중에서도 빠른 경제 발전으로 고소득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이다. 그래서 우월감 속에 자신을 믿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필자는 이들이 이번 사태를 통해 또 언제 닥칠지 모르는 대재앙에 대해 깊은 두려움에 빠져 있음을 분명히 볼 수 있었다. 그 놀라고 두려운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깊은 생각에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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