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40세가 넘은 늦은 나이에 건축공학 박사과정을 밟았다. 공부를 하면서 건축물과 공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보편적으로 건축물이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좌우에 자연환경을 두고 센터에 건축물을 배치하여 시선을 집중시킨다. 마치 주위 자연환경은 건물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의도적으로 계획하기도 한다. 
하지만 20세기 최고의 건축가 중 한 사람인 미국의 루이스 칸(1901~1974)은 색다른 건축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가 건축한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생물학연구소(Salk Institute for Biological Studies)는 20세기 가장 위대한 건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건물의 중정(中庭)을 태평양으로 향하는 바닥의 좁고 긴 수로만 남긴 채 완벽하게 비움으로써 완성된 공간을 표현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의 풍경과 담백한 좌우 건축물이 만들어내는 조화로움은 그 어떤 것보다 완벽하다는 전문가들의 평을 받고 있다. 
사람들은 무언가 화려하고 근사한 것으로 자신을 채우고 드러내고 싶어 한다. 필자도 과거에는 나 자신을 채워서 완성하고 싶었지만 때로는 마음을 비울 때 더욱 돋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루이스 칸처럼 비움으로써 최고의 완성도를 얻는 그의 새로운 시각과 지혜가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것 같다.
김연아 교장/ 링컨하우스대구스쿨

주간기쁜소식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