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용인하는 사회, 혁신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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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용인하는 사회, 혁신을 이룬다
줌인 카이스트 실패연구소, 실패 관련 긍정적 메시지 사회 전반에 확산시켜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2.05.2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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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실패연구소 노준용 소장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룬 대한민국. 유례없는 발전을 이뤄냈지만 그 이면에는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문화가 전제됐다. 그러나 향후 새로운 도약과 발전을 위해서는 실패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카이스트 실패연구소가 설립되어 화제다.

포스트잇, 실패에서 나온 혁신의 산물

글로벌기업 쓰리엠(3M)의 포스트잇은 낮은 접착력으로 인해 실패한 프로젝트였다. 3M 연구원 스펜서 실버는 1968년 항공기 제작에 사용할 초강력 접착제를 발명하려다 실패했는데 그가 만든 접착제에는 끈적임이 없고 잔여물이 남지 않아 포스트잇으로 탄생했다. 일론머스크의 스페이스X도 무수한 실패 끝에 재활용 로켓을 탄생시켰다. 스페이스X가 성공하기까지 무수한 실패를 경험했고 로켓이 폭발할 때마다 수천억원이 증발했지만 결국 민간 우주개발시대의 한 획이 그어졌다. 모두 실패를 통해 혁신을 만들어낸 사례다. 
대한민국 사회는 아직 실패를 용인하거나 공유하기보다 실패를 숨기려 하며 어떤 방법으로든 책임을 져야 하는 분위기이다. 이런 가운데 실패를 연구한다는 파격적인 연구소가 등장했다. 최근 기자는 작년 7월 설립된 KAIST(총장 이광형) 실패연구소 노준용(51) 소장을 만났다. 노 소장은 “실패는 혁신을 위해 반드시 겪어야 하는 필연적 요소”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이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에 들 수 있었던 이유는 선진국들의 ‘패스트팔로어(Fast Follower: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좇아가는 전략)’를 자처하며 성공지향적인 삶을 추구했고, 그 때문에 지금까지의 성장을 이룬 것은 사실이나 세계 3위권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실패를 용인하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AIST 실패세미나

실패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 전달 위해 설립

실패연구소 설립 배경에 대해 KAIST 문화기술대학원 노준용 교수는 “먼저 현 총장님의 뜻이 있었다. 작게는 승승장구만 해오던 카이스트 구성원의 내면에 깔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하고 크게는 우리 사회 전반에 퍼진 실패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켜주고자 출범했다”고 전했다. 노 소장은 또 실패연구소 운영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을 ‘실패의 영역’을 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실 개인적으로 인생에 실패가 많아서 이 자리에 온 것 같다.(웃음) 그러나 내가 실패로 정의하는 것을 타인은 성공으로 정의할 수도 있다. 결국 실패를 바라보는 시각과 영역이 사람마다 달라 이런 포괄적인 개념을 어떻게 전달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실패연구소는 KAIST 내 R&D 분야를 기반으로 하지만 사회 전반에 어떤 형태로든 실패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고자 하는 것이 가장 궁극적인 목표다. 작년 연말 KAIST 내부 설문 링크에는 이틀 만에 700개의 응답이 올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으며, 지난 4월 개최했던 실패세미나에서 리더의 실패 사례를 공유하며 실패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월 1회 발송하는 뉴스레터와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실패세미나를 통해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활용한 연구도 계획하고 있다. 
실패해도 성공이 가능한 사회적 안전망 필요

노준용 소장은 현재 우리나라 국책 과제 중 R&D 분야의 높은 성공률(99%)을 지적했다. 그는 “높은 성공률을 홍보하고 있지만 사실 실패하면 연구자나 관리기관이 문책을 받고 불이익을 받으니 처음부터 달성 가능한 안정적인 프로젝트를 목표로 잡는다. 때문에 높은 성공률을 쌓는 동안 혁신의 기회를 많이 놓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매년 10월 창업자들의 실패담을 공유하는 패일콘(Failcon)이 열리는데, 실패를 껴안고 성공을 만들자는 모토로 진행된다. 혁신의 기업 구글은 2006년부터 종료된 서비스를 비석에 새겨 전시하는 ‘구글 공동묘지(The Google Cemetery)’를 운영하고 있다. 실패를 사회적 자산으로 인식하는 미국의 기업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무조건 실패하라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노 소장은 주장했다. 실리콘밸리의 창업 실패율이 80%에 달하지만 그로 인해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인생이 망가지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실패를 기반으로 그들이 성공에 이르며 창업에 창업을 거듭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안전망이 튼튼하다. 노준용 소장은 달성이 불가능한 영역에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큰 박수를 받을 일이며 그렇게 했을 때 남들이 하지 않는 원대한 도전, 다른 나라가 하지 못한 큰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제 선진국의 성공사례를 따라 성공률이 높은 연구 개발을 하는 ‘패스트팔로어’가 아닌 남들이 해보지 않은 ‘퍼스트무버(First Mover: 선도자)’의 방향으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 노 소장의 주장이다. 아울러 더 큰 목표를 향한 도전이 결국 우리나라를 더 발전된 국가로 만드는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부언했다.
고정연 차장대우 jyko@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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