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日本의 가교 역할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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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日本의 가교 역할 하고 싶어요”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하는 일본인 교육학자의 설날에 대한 소감은?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2.01.21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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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명예주민증을 보여주는 혼다 토모쿠니 박사

민족대명절인 설날이 다가왔다. 보통 한국의 명절이 낯선 주한 외국인들이 많은 반면에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답게 명절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올해로 34년째 한국에 정착해 한국 사랑을 외치는 일본인 혼다 토모쿠니 씨를 만나보았다.

교사 그만두고 희망의 땅 한국에 정착

“반반치킨이라는 표현으로 저를 소개하면 이해가 쉬울까요?” 영주권자 신분으로 한국에 살고 있는 일본인 혼다 토모쿠니(61) 박사는 기자와의 만남에서 유창한 한국어로 이렇게 자신을 소개했다. 
현재 그는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한국에서 보냈지만 1987년 처음 한국 땅을 밟았을 때만 해도 한국이 어떤 나라인 지 전혀 알지 못했다. 공항에서부터 김치, 마늘 냄새가 나는 것 같았고 지저분하고 가난한 나라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는 “그때 동료들과 한국을 방문하면서 한국이 분단국이란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그리고 당시 한국은 88년 올림픽을 앞두고 있었는데 이제 한국이 희망의 땅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한국 문화를 공부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일본에서 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던 그는 안정적인 직업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와 정착했고 이후 한국인 여성과 결혼해 가정을 꾸리게 되었다. 
혼다 박사는 원어민 일본어 강사로 활동하면서 IMF 외환위기 때는 일본어를 배우기 위해 몰려든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루 11시간씩 강의를 하기도 했다. 이후 EBS 일본어 강좌로 인기를 끌다가 뒤늦게 서울대 대학원에 입학해 국어교육학 전공으로 석·박사과정을 거쳐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은퇴 이후에도 마을 강사로 인문학 강의를 하거나 한국축제방송 등을 통해 지역 소식을 전하는 등 다방면에서 활동 중이다. 그는 KBS2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잠수함 함장 역으로 출연하는 등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배우로 활약했으며 UN합창단 한국공연실행위원회 국제협력위원장을 맡아 음악공연을 통한 평화운동에도 참여해 왔다. 최근에는 사설 탐정사 과정을 이수하며 자격증을 취득했다. 혼다 박사는 “내 인생에서 처음이란 단어를 없애고 싶다. 한국에서 살면서 앞으로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도전해 보고 싶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출처/ 최양락 유튜브 캡쳐 | 2018년 뉴욕 카네기홀에서 열린 UN합창단 공연에 참석했다

꾸준히 헌혈봉사하며 韓·日 화합을 염원

지금은 한국생활에 문제가 없지만 일본인으로서 한국 정착이 쉽지만은 않았다. 결혼할 때만 해도 처가에서 왜 일본인과 결혼하느냐고 반대를 해서 허락을 받는데 시간이 걸렸다. 혼다 박사는 “이제는 행사나 어딜 가도 으레 ‘일본놈’이라는 말이 나오겠거니 할 정도로 아무렇지 않지만 아이들이 어렸을 때 혼혈이라는 이유로 어려움을 당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고 힘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독도 문제와 일본 교과서 왜곡 등의 문제로 인해 딸아이가 학교에 가면 친구들에게 모래 세례를 맞는 등 따돌림을 당했다. 그래서 태권도를 배우게 했는데 그 계기로 고등학교까지 태권도 선수생활을 하며 전화위복이 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혼다 박사의 한국사랑은 남다르다. 그는 독도에 상륙했거나 배를 타고 독도를 한차례 이상 선회하는 등 일정 조건을 갖춘 관광객에게 지급되는 독도명예주민증을 갖고 있다. 아울러 그는 독도명예주민증을 소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독도의 날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20년 넘게 헌혈봉사를 지속해 오며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적십자 헌혈 유공자 금장메달’을 받았다. 암 투병으로 인해 헌혈 받은 피를 수혈하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헌혈을 시작했다는 그는 70세까지 100회를 목표로 꾸준히 헌혈봉사를 하고 있다. “봉사하며 남을 위해 사는 삶이 인생의 모토다. 헌혈로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것이 기쁘고, 특히 일본인인 내 피가 한국인 몸속에 흐른다고 생각하면 감회가 새롭다. 최근 한일관계가 경색된 상황인데 이때 중간에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일본과 명절 모습 다르지만 한국의 정(情) 느껴 

2022년 설날을 앞두고 있는 지금, 혼다 박사에게도 한국의 명절은 특별하다. 한국과 달리 양력으로 설을 보내는 일본에서는 1월 1일이 되면 온 가족이 함께 신사에 찾아가 새해 인사를 한다. 또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뜻으로 메밀국수를 먹는다. 
혼다 박사는 “새해가 되면 일본에서도 떡국을 먹는데 한국 떡국과는 요리법이나 재료가 전혀 다르다. 장모님이 살아 계실 때는 장모님 고향인 충주에서 가족들이 다 함께 모여 명절을 보냈다. 일본인은 보통 밥을 아주 적게 담아 먹는데 사위가 왔다고 반가워하며 장모님이 고봉밥을 담아주시는데 그걸 남기지도 못하고 다 먹었다”며 처가에서 보낸 명절의 기억을 떠올렸다. 또한 “아내가 10남매라 가족들이 많은데 특히 오빠들의 여동생 사랑이 지극하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한국인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올해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해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면서 사람이 사람을 만들고 사람으로 인해 영향을 받아 변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래서 다른 것보다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한 해를 보내고 싶다”고 희망했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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