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화(押花)는 캔버스에 식물로 디자인하여 진공 기법으로 완성한다. 풀로 고정하거나 물감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다 보니 섬세한 표현이 많은 그림일수록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 재채기를 하거나 손끝하나 잘못 건드리는 순간 수십 일 동안 공들인 작품이 모두 흩어져 망가지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건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식물의 모양, 색감, 질감이 조금만 달라도 그림의 느낌이 완전히 달라지는데 같은 재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거나 아예 없을 수도 있다.
작업을 하면서 그림판이 엎어지거나 한 작품에서 같은 실수를 여러 번 할 수도 있다. 많은 압화 강사가 이 과정을 겪고 싶어 하지 않지만, 압화 전문가가 되려면 꼭 겪어야 하는 과정이다. 재작업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실력뿐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며,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도전하는 과정을 통해 겸허한 자세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편하고 쉬운 일은 자신을 성장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늘 부담 앞에 쉽게 포기하거나 피하려 한다. 그때 포기하고 다른 것을 하는 사람과 다시 도전하는 사람은 그 결과물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한 해의 문을 여는 1월. 차분히 어떻게 시작과 끝맺음을 할 것인지 생각할 시간을 갖는다면, 한 해가 끝날 즈음에는 자기의 역량을 키우고 성장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오선덕 명인/ 국제식물공예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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