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골목예술, 영화 손간판 아직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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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골목예술, 영화 손간판 아직 남아있다
줌인 영화 손간판의 명맥 유지에 진력하고 있는 ‘국내 마지막 간판장이’ 박태규 화백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1.09.1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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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규 화백 | 광주극장 외벽에 영화간판 시민학교 학생들이 그린 손간판이 걸려 있다 (사진출처/ KBS 광주 캡처)

과거 시민들에게 수많은 즐거움을 안겨줬던 영화 손간판이 사라질 위기에 놓인 가운데, 영화 손간판의 명맥 유지에 진력하고 있는 ‘국내 마지막 간판장이’ 박태규 화백을 만나보았다.

수많은 볼거리를 선물했던 영화 손간판의 추억

광주에는 86년 전통의 광주극장이 있다. 국내 극장 역사의 상징적 존재인 광주극장(광주 동구 충장로46번길 10)에는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명물이 있다. 바로 손간판이다. 
지난주 기자는 ‘국내 마지막 간판장이’ 박태규(56) 화백을 만나기 위해 광주극장을 찾았다. 극장 내부 곳곳에 진열된 간판 속 인물들은 페인트로 입체감 있게 그려져 마치 살아있는 듯했다. 1992년부터 손간판을 그려온 박 화백은 “메시지를 쉽고 직설적으로 전달하는 손간판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골목예술로서 가치가 있다”라고 말했다.
오늘날 쉽고 빠르게 출력되는 실사 간판과 달리, 손간판은 오랜 준비 기간과 복잡한 작업이 소요된다. 한 편의 손간판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영화를 한 장면으로 표현하기 위한 구상 ▲1차 스케치 및 페인트 채색 ▲배경과 제목 삽입 ▲주인공의 얼굴을 부각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때문에 요즘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을 가진 실사 간판에 비해, 동일한 영화를 두고도 극장들이 저마다 개성 있는 간판을 내놓는 것이 바로 손간판에서만 맛볼 수 있는 또 다른 묘미다.

광주극장 내부에 손간판이 전시되어 있는 모습

시민학교 통해 손간판 명맥 잇고 싶어

과거 일제 시절, 국내 영화산업의 태동과 함께 손간판의 역사가 시작됐다. 당시 가장 효과적인 영화 홍보 수단이었던 손간판은 오랜 세월 동안 극장의 얼굴로 자리매김했다. 1990년대 복합상영관 증가 추세에 맞물려 실사 간판이 보급되기 전까지만 해도, 섬세한 그림체와 화려한 색상의 손간판은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신선한 볼거리와 즐거움을 선물했고 많은 이들의 발길을 극장으로 이끌었다. 
이러한 값진 골목예술이 사라질 위기에 놓인 가운데, 박태규 화백은 영화간판 시민학교를 운영하며 손간판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매년 10월에 열리는 광주극장 영화제를 맞이하여 영화를 사랑하는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이 학교에는 올해에도 전국에서 18명의 학생들이 참여해 박 화백의 지도를 받으며 손간판을 제작하고 있다. 이날 스케치 작업을 위해 극장을 찾은 정애화(59) 수강생은 “올해 제일 인상 깊게 본 영화를 손간판으로 제작하기 위해 지도를 받고 있다. 내가 그린 간판을 가장 좋아하는 극장에 걸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고 말했다.
박태규 화백은 “시대 변화에 따라 손간판이 사라지는 흐름을 바꿀 수 없지만 가능할 때까지 유지하여 중장년층에게는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기회, 젊은층에게는 직접 작업에 참여하는 장을 마련해주고 싶다”라며 “광주극장 100주년을 맞아 열리는 영화제에서 그동안 시민들이 그린 손간판들을 함께 전시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지성 기자 jslee@igoodnews.or.kr   광주=임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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