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위기에 놓인 민사고의 앞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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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위기에 놓인 민사고의 앞날은?
포커스 세계적인 인재 양성을 목표로 설립한 민족사관고등학교, 곧 일반고 전환 앞두고 존립 위태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1.08.2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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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민족사관고등학교 한만위 교장 (우)민사고 전통 성년례 모습

교육부가 2년 전 발표한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방침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국내 대표 자사고인 민족사관고등학교(이하 민사고)의 존립을 위협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강원도 횡성의 민사고를 찾아가 보았다.

자사고 등 2025년부터 일반고로 전환 방침

지난 2019년 11월, 교육부는 자사고·외고·국제고를 2025년부터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현 정부는 교육 격차가 사회 계층 격차로 이어진다는 국민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였다”며 자사고가 취지와 달리 서열화를 조장해 교육 불평등을 키우고 있기 때문에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정책 배경을 설명했다. 교육부는 외고·자사고 등에서 우수 학생을 선점하면서 고교 진학경쟁이 심화돼 사교육비 부담이 커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반면 교육현장에서는 자사고 폐지 후 강남 일반고로 학생들이 몰리게 되고 서울과 지방의 교육 격차가 더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와관련 최근 교육청이 잇따라 자사고 재지정을 취소하면서 전국 10곳의 자사고에서 이를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재판부는 각 교육청이 평가계획을 미리 학교에 알리지 않고 바뀐 기준을 소급해서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교육청의 1심 패소와 무관하게 일반고 전환 방침을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국의 자사고·외고 등은 시행령 개정을 통한 일괄 폐지가 헌법에 위배되고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사진/ MBC강원영동 뉴스 캡처

소수정예·고교학점제 등 차별화된 교육 제공

지난주 기자는 2025년 일반고 전환을 앞둔 민사고(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봉화로 800)를 찾았다. 파스퇴르유업 설립자인 최명재 이사장은 세계적인 지도자 양성학교를 만들자는 취지로 1996년 민사고를 설립했으며 매년 전국 단위의 우수한 학생 160여명을 선발한다. 
한만위(61) 교장은 “우리 학교는 민족주체성 교육과 영재교육 두 가지를 통해 글로벌 리더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교사들은 각자 연구실에서 5~7명 정도의 학생과 수업하는 소수정예교육을 하고, 계열과 학년의 구분 없이 학생들은 듣고 싶은 수업을 신청할 수 있어 한 학기에 200여개의 수업을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앞으로 시행하려는 고교학점제나 교과교실제 등을 민사고에서는 이미 20년 전부터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수업 외에도 개별 연구활동과 동아리활동 등에 폭넓게 참여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는다. 또한 소질과 적성에 맞게 진로를 설계, 미래사회에서 필요한 기본 역량과 인성, 리더십을 갖춰 왔다. 지금까지 2500여명의 졸업생 중 절반 정도는 해외로 진학했고, 사회로 진출한 졸업생들은 각계각층 주요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 교장은 “국내나 국외에서 교수로 연구 활동을 계속하는 졸업생도 있고 벤처기업, 방송계, 연예계, 정치 등 다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길로 스스로 선택해서 나아가는 것 또한 민사고 교육의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폐교 또는 특성화고 전환밖에 대안 없어

이렇게 차별화된 교육을 해온 민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지금까지 해온 특화된 교육을 제공할 수 없고 전국 단위로 우수 영재 학생들 모집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존립이 어려워진다고 호소한다. 한 교장은 “일반고 전환에 관한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지만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다. 또한 지금의 학교 특성과 운영방법을 유지해나갈 수 있는 특성화고로 전환을 고려 중인데 그것도 가능할 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획일화된 교육은 다양한 인재 양성을 막게 되고 결국 국가경쟁력 저하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지난 6월 고(故)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유산으로 조성된 기금 100억원이 민사고에 전달됐다. 저소득층 우수 학생이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금은 연간 15명의 장학생을 위한 지원금에 쓰일 예정이다. 한만위 교장은 “학교가 지금 이대로 생존하는 게 가장 큰 바람이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지대계인 만큼 장기적인 안목에서 다뤄져야 한다. 그런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도 바뀌는 현실이 교육의 본질을 잃어버리는 것 같아 너무 안타깝다. 학생들이 앞으로 어떻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 그것을 가르치는 것이 최우선시 되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강원도 횡성에 위치한 민족사관고등학교 전경(사진제공: 민족사관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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