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예방교육 이제 달라져야 합니다!
상태바
자살예방교육 이제 달라져야 합니다!
포커스 오랜 시간 해결되지 않는 대한민국의 자살 문제에 대해 그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1.03.26 14: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생명존중교육협의회 이주희 대표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어느덧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로 고착화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증가한 우울감 등이 자살률의 또 다른 변수가 되고 있는 가운데 (사)생명존중교육협의회 이주희 대표를 만나 그 실상을 들어보았다. 

하루 평균 37.8명, 자살률 1위 국가 오명

대한민국의 화려한 경제성장의 이면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오명 중 한 가지가 바로 자살률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자살로 사망한 사람은 1만 3799명으로 하루 평균 37.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15년 이상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 자살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울감 등으로 인한 자살 문제가 재조명되고 있는 가운데 (사)생명존중교육협의회 이주희(49) 대표를 만났다. 그는 좀처럼 감소할 여지가 보이지 않는 자살률에 대해 먼저 우리 사회의 시대상에 따른 구조와 분위기를 언급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주역인 지금의 부모 세대들은 부를 축적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왔다. ‘내 자녀는 나처럼 살면 안 돼’라는 기본적인 관념과 항상 높은 곳을 향하도록 강요받았던 교육이 다음 세대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사회 전반에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현실은 항상 녹록지 않다. 이같은 현실과의 차이에서 오는 심리적 갈등이 바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주원인이 되는 것이다. 아울러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한 우울감이 자살률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성별 자살률에 대해서는 흔히 알고 있는 남성보다 여성의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자살 비율이 높은 것은 남성이지만 자살 시도를 더 많이 하는 것은 여성”이라고 했다. 평소 교감을 통해 스트레스 해소하는 여성들은 코로나19 이후 단절된 환경의 증가로 인해 우울감을 호소하는 경향이 많아지면서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좌)온라인으로 진행 중인 생명존중교육
(우)경기도 용인의 한 중학교에서 생명존중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지속·반복적인 생명존중교육이 중요

생명존중교육협의회는 2012년 자살예방과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설립됐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있듯이 이주희 대표는 무엇보다 청소년 자살예방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전 국민이 만들어 온 100년의 경쟁사회의 시스템, 결과에 치중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한순간에 바뀌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불이 났을 때 119에 신고한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처럼 지금 우리 청소년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다각적 시각으로 접근해 반복적으로 교육한다면 우리 아이들이 부모 세대가 되었을 때는 많은 부분이 변화되어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청소년들이 갖고 있는 문제는 단순한 자살문제로 단정 지을 수 없다. 학교폭력, 부모와의 갈등, 인성문제, 자존감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결과 중 하나일 뿐이다. 이에 이주희 대표는 지금 청소년들의 상황을 ‘모든 것이 풍족한데 언제나 비교라는 잣대 위에 놓여 있어 행복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일괄적인 자살예방교육이 아닌 각 기관의 특성에 맞는 콘텐츠를 적용한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명존중교육협의회는 엄선된 300여명의 강사를 양성(80시간 교육과정 이수)해 ‘실질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군부대, 교도소, 요양원 등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맞춤형 생명존중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 시기에 맞춰 온라인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의학적 치료 외에 ‘사회적 접촉’ 방식도 필요

이주희 대표는 대한민국이 오랜 시간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로 자살예방사업에 접근하는 국가 정책 방식을 지적했다. 정부는 자살자의 60%가 자살 전 1년 안에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는 이유로 ‘자살’을 정신과질병으로 규정하고 해당 문제를 정신의학에서 다뤄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때문에 많은 예산이 정신의학과, 특히 자살자 주변인의 정신적 치료비용에 책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예산의 60%가 정신의학과로 가지만 자살률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정부는 자살예방을 위해 활동하는 민간단체를 지원하고 이들을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높은 자살률로 국가적 위기를 맞았던 핀란드에서는 의학적 치료 외에 큰 비중을 두었던 것이 ‘사회적 접촉’이었다. 사회와의 접촉을 통한 소속감과 공감대 형성은 실제 핀란드 자살률을 큰 폭으로 감소시켰던 사례가 있다. 
이 대표는 “저도 자살 시도를 세 번 해봤다. 그 심리를 깊이 생각해보면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가다 결국 타인과 자신을 원망하며 불행한 결론을 내리게 되는데 그때 그 생각을 멈추고 ‘쉼’을 얻을 수 있도록 주변에서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내가 부족해도 내가 존재하기 때문에 지구가 돌아가는 것”이라며 자신의 존재와 주변인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갖는다면 세상은 분명 달라질 것이라 확신한다며 희망 가득한 메시지를 전했다. 
고정연 차장대우 jyko@igoodnews.or.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