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흑인 유학생의 판소리꾼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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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흑인 유학생의 판소리꾼 도전기
줌인 꿈을 위해 끝없이 도전 중인 마포 로르 씨를 만나보다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1.02.0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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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피부색에 곱슬머리. 다소 생소한 외모지만 비범한 판소리 실력으로 화제가 된 마포 로르(Mafo Laure) 씨. 설날을 앞두고 그의 한국 유학 경험담을 들어 보았다.

안정적인 생활 포기하고 한국 유학길 선택

“흥보가 박 세 통을 따다 놓고 우선 먼저 한 통을 타는디….” 자연스러운 발림(판소리의 몸짓, 손짓 등 동작)에 따라 울려 퍼지는 ‘흥보가’의 ‘첫 박 타는 대목’. 이 공연의 주인공은 어느 국내 판소리 명창이 아닌, 검은 피부에 곱슬머리를 가진 외국인 유학생이다.
지난주 기자는 ‘소을소리판’을 방문해 프랑스에서 온 판소리꾼 지망생 마포 로르(37) 씨를 만났다. 옛말과 사투리가 많은 판소리를 전공했기 때문일까. 로르 씨의 한국말은 유창하다 못해 말투에서 간혹 구수한 향기까지 풍겼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로르 씨는 삼성전자 파리 지사에서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는 “높은 연봉을 받고 있었지만 단조로운 삶에 회의감을 느끼던 찰나, 주프랑스한국문화원에서 판소리 공연을 본 후 판소리의 매력에 빠졌다”고 말했다. 가족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로르 씨는 판소리꾼이 될 각오로 2017년 한국 유학길에 올랐다.
수년간 매일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판소리 공부에 집중해온 덕에 로르 씨는 상당한 실력을 쌓으며 많은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18년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국빈만찬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과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앞에서 공연했고, 최근에는 국내 여러 방송에 출연하고 있다.

판소리 춘향가의 쑥대머리 대목 공연 모습

전 세계에 한국의 판소리 알리고 싶어

로르 씨의 타향살이는 어느덧 5년 차에 접어들었다. 평소에 즐겨 먹는 족발을 무리 없이 배달 시킬 정도로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동안 판소리 공부나 생활 형편 등 여러 난관 중에 부모님이 자신을 필요로 할 때 가족의 곁을 지키지 못한 아쉬움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이제 명절이 가까워진 만큼 가족에 대한 그리움도 배가 되는 법. 이번 설날에도 몸은 멀리 있지만 카메룬 및 파리의 가족들과 전화로 연락하며 그리운 마음을 달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어릴 적에는 소심한 성격이었다는 로르 씨는 판소리 때문에 성격마저 바뀌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그녀의 삶은 도전의 연속이다. 지난 4년간의 부단한 노력 끝에 판소리 전공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입학에 성공했고, 지금은 ‘흥보가’ 완창을 위해 진력 중이다. 그 외에도 뜻깊은 꿈을 갖고 있다. 로르 씨는 “어릴 때 이민 후 많은 고생을 하며 괴로우면 참고 견디는 것 외에 방법이 없었다. 그런 나에게 판소리는 상처를 치유하는 약이었다”라며 “앞으로 나처럼 어려움을 겪은 아이들에게 판소리를 들려주고 가르치는 것이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지성 기자 jslee@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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