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럭비의 산증인 3대째 이어온 럭비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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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럭비의 산증인 3대째 이어온 럭비 사랑
줌인 74년 동안 럭비 관련 용품 제작해 온 한 체육사 가족의 럭비 이야기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0.12.18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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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째 이어가고 있는 ‘한스스포츠’의 한성희(좌: 아들) 씨와 한상화(우) 대표

서울 동대문 번화가의 한 골목에는 우리나라 럭비 역사의 모든 것을 담은 체육사 ‘한스스포츠’가 있다. 1946년 대한럭비협회와 함께 긴 시간을 지내며 3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한스스포츠를 찾아가 보았다. 

1946년 대한럭비협회와 함께 시작하다

“1946년 봄에 대한럭비협회가 창단됐고, 그 해 가을에 한스스포츠(당시 상호 ‘한흥 메리야스’)가 문을 열었다. 아버지가 일본인 공장을 인수하여 시작했는데 내 나이보다 오래되었다. 국내에 럭비 시장이 너무 작아 어려움도 있었지만 이윤을 떠나 럭비협회와 함께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운영 중이다.” 럭비 관련 물품을 제조 및 유통하는 ‘한스스포츠(서울 중구 장충단로 10길 7)’ 한상화(71) 대표의 말이다. 
기자는 지난주 국내 럭비 분야의 역사와도 같은 한 대표를 만났다. 그를 럭비의 역사라고 표현한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한 대표가 서울 동대문에서 운영하고 있는 한스스포츠는 전체 3층인데 1층부터 3층까지 럭비 관련 용품으로 꽉 채워져 있어 마치 럭비 박물관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시대별 럭비 유니폼에서부터 80년 된 럭비공, 메달, 럭비화, 배지 등 없는 것이 없다. 
한 대표는 1960년대 후반 종로에 밀집되어 있던 체육사의 이름을 하나하나 추억하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그때는 스포츠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츄리닝(?)을 팔아서 먹고 산다는 건 상상도 못했을 때다. 한때는 럭비공만 한 달에 2천개씩 팔기도 했지만 지금은 국내 수요가 거의 없어 일본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한 대표는 “3대째 하고 있는 업체라고 하면 일본인들은 더 묻지도 않고 계약한다. 거의 주문 제작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제품 품질은 일본인들도 인정해주는 편이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럭비 용품 제작과 유통으로 한국 럭비를 뒷받침했을 뿐 아니라 서울시럭비협회장을 역임, ‘한스배 럭비대회’를 개최할 만큼 럭비 사랑이 남달랐다. 

사진/ JTBC캡처

오랜 역사에도 대중화는 아직 요원한 종목

국내 럭비 역사는 한스스포츠의 역사와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최초 영국에서 발생한 럭비는 1923년 처음 일본인에 의해 국내에 소개됐다. 그러나 오랜 역사를 가진 것에 비해 국내 성장세는 미미했다. 심지어 아직도 럭비와 미식축구를 같은 종목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으니 말이다. 
현재 국내 럭비팀은 프로팀 없이 중·고·대학과 실업럭비 팀을 모두 합쳐 50여개이며 선수 전체 인원이 1천여명 정도밖에 안 된다. 그만큼 선수층이 얇다보니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쉽지 않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2관왕과 뒤이어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2관왕이 그나마 큰 성과이나 국제무대 경쟁력은 아직 약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 대표는 “일본 럭비팀은 7천개가 넘는다. 해외 용병들도 많이 들여오고 귀화도 까다롭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일단 경기장이 없다. 럭비에 있어서만큼은 일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 무관심 속에 소외되었던 럭비계가 최근 새역사를 맞이했다. 지난 2019년 11월 ‘2021 도쿄 올림픽’ 출전이 걸린 홍콩과 결승전에서 12-7로 역전승을 거둔 것이다. 경기 종료 3분 전 기적처럼 동점을 만들고 몸싸움 끝에 공을 낚아챈 선수가 상대 골라인까지 질주해 트라이에 성공, 승부를 결정지었다. 
럭비 역사 96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 남자 럭비 7인제 대표팀이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것이다. 

내년 사상 첫 올림픽 출전, 럭비 저변 확대 희망

한상화 대표를 이어 한스스포츠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한 대표의 아들 한성희(40) 씨는 “지난 결승전에서 활약한 박완용(한국전력) 선수와는 친분이 있어 그가 종종 이곳을 방문하기도 한다. 지금 올림픽을 앞두고 대표팀이 한창 훈련해야 할 시기인데 코로나 단계 변화로 집합과 해체를 반복하니 사실상 훈련에 어려움이 많다”고 대표팀의 근황을 귀띔해 주었다. 한성희 씨의 한스스포츠 합류는 어찌 보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성희 씨는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가 럭비공을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자라서인지 자연스럽게 ‘언젠가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대학 졸업 후 뉴질랜드에 가서 
2년 반 정도 럭비 관련 문화를 체험할 기회를 가졌다. 뉴질랜드의 럭비 클럽 문화와 비교하면 국내 선수들의 상황은 순수하게 럭비가 좋아서 시작한 선수들이 많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서울사대부고 럭비팀에는 럭비 강국 피지(Fiji: 2016 리우올림픽 럭비 금메달)에서 온 17세 럭비 유망주 ‘모시’가 태극마크를 꿈꾸며 활약하고 있다. 서울시럭비협회가 럭비계 발전을 위한 장기계획으로 해외 유망주 발굴에 나서 거둔 성과다. 한스스포츠 부자(父子)는 ‘럭비의 대중화는 영원한 숙제’라고 말했다. 이어 럭비에 내포된 ‘협력과 희생’의 정신을 소개하며 국민들의 관심 촉구와 함께, 최근 럭비 사상 첫 올림픽 본선 출전과 유망주 영입 등 일련의 노력이 럭비 종목의 저변을 크게 확대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정연 차장대우 jyko@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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