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도보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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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도보여행
특집 [특별취재] 대전가정법원, 보호소년 교화 위한 ‘길 위 학교’ 모범적 운영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0.07.31 10: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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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소년 범죄의 심각성이 증가되고 있는 가운데 소년보호재판 중인 청소년들의 교화를 위해 멘토들과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 ‘길 위 학교’ 프로그램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인터넷 매체 발달 등으로 청소년 범죄 심각

지난 3월, 중학생들이 렌터카를 훔쳐 서울에서 대전까지 운전하다 배달 아르바이트 중이던 대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차량을 운전한 가해자들은 촉법소년(만 10세 이상부터 14세 미만의 형벌을 받을 범법행위를 한 형사미성년자)으로 분류되어 형사 처벌이 면제됐다. 특히 이들은 이전에 여러 차례 절도와 무면허 운전 등의 범죄를 저질렀지만 훈방 조치되었고 SNS를 통해 범죄를 과시하는 등 반성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가해자들을 엄중히 처벌해 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최근 청소년 범죄가 단순 폭행이나 절도에서 살인, 강도 등의 강력 범죄로 이어지고 재범률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8년 청소년 보호관찰 대상자의 재범률은 12.3%이고 성인 보호관찰 대상자의 재범률은 5.6%로 청소년 재범률이 성인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소년법 폐지 등 처벌을 강화하는 대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가정의 보호기능 약화 ▲사회적 무관심 ▲전인교육의 상실 ▲인터넷을 통한 성인물·폭력물의 무분별한 보급 등 사회구조와 환경적인 문제를 들고 있다. 이에 관련법 개정뿐만 아니라 청소년의 경우 성인보다는 변화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보면 더 이상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교육적 차원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길 위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한 보호소년들과 멘토들(좌), 지리산 둘레길을 걷고 있는 모습(우)

프랑스 ‘쇠이유’에서 착안, 재범률 감소에 효과 

청소년 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대전가정법원(법원장 방승만)은 소년보호 재판을 받는 보호소년을 교화·개선하기 위한 ‘길 위 학교’를 진행해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로 7년째 시행하고 있는 길 위 학교는 보호소년이 동행·상담을 해주는 동행자와 1:1로 도보여행을 하면서 자아 성찰과 긍정적인 삶의 의지를 찾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벨기에 비영리단체 오이코텐(Oikoten)의 경우 미국 인디언의 교육방식에서 힌트를 얻어 지난 1982년부터 비행소년을 대상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게 하고, 프랑스에서는 2000년 쇠이유(Seuil) 협회가 설립돼 걷기를 통해 비행 소년들이 사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이를 통해 청소년들은 자긍심과 성취감을 얻고, 재범률을 낮추는 성과를 가져왔다. 여기에서 영감을 얻은 길 위 학교 또한 유범 청소년을 위한 선도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길 위 학교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는 대전광역시청소년드롭인센터 오재진(55) 소장은 “지난 6월, 선발된 10명의 보호소년과 동행자 선생님이 10박 11일 동안 함께 지리산 둘레길 250㎞를 무사히 완주하였다. 초창기에는 길 위 학교에 참여한 보호소년 10명 중 4명 정도가 1년 이내에 재범을 일으켜 다시 재판을 받았는데 최근에는 1~2명 정도로 감소했다”며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보호소년들에 비해 재범률이 낮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지리산 걸으며 자아성찰 및 인내와 절제 배워

길 위 학교에 선정된 보호소년들은 사전 프로그램을 통해 훈련하지만 본격적인 여정이 시작되면 무더위 속에서 매일 20㎞ 이상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 강행군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다고 한다. 오 소장은 “초반에는 체력이 따라주지 않고 발이 붓거나 물집이 잡히는 등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어한다. 그러다 보면 짜증이 나고 동행자와 서로 갈등도 생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서로 교류하며 인내하고 절제하는 과정을 경험한다. 이후 스스로를 깊이 돌아보고 반성하게 되면서 변화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이 사회에 잘 적응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 동행한 멘토로서 누구보다 뿌듯하다고 전했다. 
현재 길 위 학교는 전국 법원 중 대전가정법원이 유일하게 진행하고 있다. 오 소장은 “사람이 변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면 좀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대전 외 다른 지역의 가정법원에서도 운영되길 바라고, 이러한 프로그램이 법률이나 정책으로 제도화되어 더 많은 청소년이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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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진 2020-08-04 10:51:06
와..이거 내가 1기였는데 시간이많이지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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