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3일을 감동의 3일로…
상태바
슬픔의 3일을 감동의 3일로…
[탐방] 기획특집-② 장례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고인과 유가족 보필하며 품격있는 장례문화를 선도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7.11.10 14: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번 호에도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자부심을 갖고 일하며, 또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직업인들을 소개한다. 이번에는 장례지도사 김동배(51) 팀장을 만나보았다.

“장례지도사, 제 적성에 딱 맞는 일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장의사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장례지도사, 일반인들에게 장례 일을 직업으로 한다는 자체가 생소하고 또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다. 장례에 관한 일을 5년 째 하고 있다는 김동배 장례지도사를 그가 일하고 있는 현장인 장례식장에서 만났다. 유니폼을 깔끔하게 차려 입은 그의 명찰에는 ‘의전 팀장’이라는 직함이 적혀 있었다. 
40대 중반부터 이 일을 시작한 그는 처음 우연히 ‘장례지도사 국가공인자격증’ 관련 광고를 보고 관심을 갖고 있던 중 지인으로부터 구체적인 소개를 받고 이 일을 하게 됐다고 한다. 또 사람마다 일을 하게 된 동기가 있겠지만 김 팀장은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이 일을 하게 됐다. 최근에는 전국에 5~6개 대학교에 학과가 생겨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학생들도 많아졌는데 그는 300시간 교육을 이수하고 시험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한 케이스다. 
특별한 소명감을 갖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다고 말하는 그는 장례지도사 일에 대해 “솔직히 1차적으로는 돈을 벌려고 시작했지만 막상 일을 하다 보니까 적성에 딱 맞고 지금은 만족감과 보람도 커서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며 만족해했다. 

3일간의 장례식 분위기를 결정짓는 역할 수행

김동배 장례지도사는 굉장히 다양한 일을 한다. “장례가 발생하면 장례식장을 정하고 빈소차림, 장지상담, 화장예약 및 행정안내를 종교별로 진행한 이후 장지에 동행하여 장례를 마칠 때까지 90~100여 가지 정도 상주가 결정할 부분을 안내하고 진행한다. 특히 이런 일은 변수가 많기 때문에 사무적으로 업무를 하다 보면 실수가 생겨 늘 긴장해야 한다. 사실 특별히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고인을 보내는 유족들은 큰일을 당해 경황이 없는 상태여서 도와드리는 차원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고인을 염습하는 과정은 많은 사람들이 꺼려하는 부분인데 어떻게 해낼 수 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이 일이 굉장히 낯설고 전문적인 직업이다. 먼저 고인을 정제된 약품으로 수세한 후 한지로 된 속옷을 입힌다. 유족이 참관한 가운데 수의를 입히고 메이크업 한 후 이별의 시간을 갖는데 총 2시간이 소요된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는 처음부터 그 일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적성에 딱 맞는 일이라고 말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의 직업에 대한 신념이랄까? 또 한 마디 덧붙였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날 때 아버지를 모셔 주었던 장례지도사가 그렇게 고마웠다. 그 고마움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는데, 내가 이 일을 하고 있으니 어떤 마음으로 일해야 할지가 그려졌다. ‘3일이라는 시간 동안 슬픔에 젖어 있는 유족들에게 내가 3일 동안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유가족들이 어떻게 장례를 마치느냐가 결정 되겠구나’ 하는 마음 때문에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었다.” 그의 그런 마음 때문인지 5년 동안 일하면서 유족들로부터 고인을 정성껏 모셔준 것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참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렇게 또 새 힘을 충전 받아 일하게 된다고 말했다. 

힘들고 어렵지만 큰 보람 느껴

장례지도사로서 그에게 가장 어려운 부분은 다름 아닌 개인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사람이 시간을 약속하고 죽는 게 아닌 이상 한밤중에도, 새벽 3시에도 출동해야 하는 것이 어려움 중 하나다. 주말, 명절도 따로 없다. 그렇지만 넋을 잃고 슬픔에 빠진 유족들에게 장례절차 안내와 함께 그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져 주며 유족들이 슬픔을 이기고 안정되어 가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그는 어느 누구보다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접한다. “5년 동안 600~700분의 고인을 입관했다. 노환으로 돌아가시는 분들은 그나마 괜찮은데 사고나 자살 등으로 죽음을 맞는 이들을 보면 너무나 안타깝다. 늘 죽음을 접하기 때문에 살아 있음이 감사하고 내 삶이 긍정적으로 변화되는 것을 자주 느낀다”라며 자신의 일에 대해 설명했다. 
최근 장례문화도 많이 변화되고 관련 직업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얼마 전에는 (사)대한민국전통명장협회와 (사)대한장례인협회 간 MOU 체결을 통해 정중하고 품격 있는 장례문화를 선도하는 장례업 종사자들에게 ‘장례명장’이라는 명예를 부여하도록 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자신의 장례지도사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며 자부심과 긍지로 품격화시켜나가는 그에게서 기자는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고정연 기자 jyko@igoodnews.or.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