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크레인, 정말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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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크레인, 정말 즐겁습니다!”
기획 [인터뷰] 기획특집-③ 배려심으로 부드러운 건설 현장을 만들어 가는 여성 타워크레인 기사의 삶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7.11.1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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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직업이든지 자신의 일에 보람과 자부심을 갖고 일하는 이들은 즐겁고 행복하다. 
이색 직업 기획특집 시리즈 마지막 편으로 원미순(56) 여성 타워크레인 기사를 만나 보았다. 

작업 현장 직접 점검하며 안전 수칙 지켜

고공 타워크레인은 고층 건물을 짓는 건설 현장이라면 반드시 존재하는 필수 중장비다. 복잡하고 위험한 상황이 항상 노출되어 있는 건설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은 원하는 장소에 무거운 건축 자재를 자유롭게 옮길 수 있기 때문에 그 어떤 장비보다 효율이 높다. 
건설 현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타워크레인을 움직이는 기사들의 삶은 과연 어떨까. 기자는 지난 주 인천 서구 가정동의 한 상가 건설 현장에서 원미순 타워크레인 기사를 만났다. 안전모를 쓰고 타워크레인을 조종하고 있는 그는 취재팀을 보자 반갑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원미순 기사와 대화를 나눴다. 
가장 먼저 일이 위험하지 않은지 궁금했다. 올해에만 크레인 사고로 11명의 사망자가 났고 2012년부터 올해 5월까지 크레인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가 무려 194명에 달했을 정도로 사고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에 대해 “어떤 일이든 위험한 상황은 올 수 있다. 얼마 전 의정부에서도 사고가 있었지만 그게 꼭 크레인이어서 사고가 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원칙을 지키지 않기 때문에 즉,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위험한 상황이 생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타워크레인의 캐빈, 즉 운전석에서만 일하지 않고 현장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크레인의 줄 끝에 달린 슬링바를 직접 보면서 조종기 작업을 한다. “무전을 통해 지시를 듣는 것만으로도 일할 수 있지만 작업 현장을 보면서 조종기 작업을 하면 인부들이 훨씬 더 안정감을 느낀다”며 자신만의 안전에 대한 원칙이자 비결(?)을 소개했다. 

파주시 여성 최초의 타워크레인 기사

원미순 씨는 파주시에서는 여성 1호 타워크레인 기사다.  “가구 일만 30년을 했다. 그런데 어느 새 인터넷 판매나 중국산 싼 제품이 들어오면서 타격을 받은 후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지인의 집 인테리어 공사를 하게 됐는데 몰랐던 일을 알게 되는 게 그렇게 신나고 즐거울 수가 없었다.” 일이라는 건 하다 보면 길이 열린다는 생각으로 일했다는 그녀에게서 강한 도전 정신과 힘이 느껴졌다. 
“그렇게 인테리어 시공을 해줬더니 크레인 임대업을 하던 집 주인이 200% 만족을 하면서 내게 크레인 기사 일을 권유했다. 처음엔 흘려듣다가 운영하던 회사의 존폐 위기가 닥치자, ‘그래! 다른 사람들이 하면 나도 할 수 있지!’ 하는 마음으로 타워크레인 기술을 배우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중장비 학원에 가서 자격증을 취득해 오니까 남편이 깜짝 놀랐다(웃음).” 그렇게 타워크레인 일을 시작하게 된 그녀는 파주에서 1년 동안 체육관 짓는 일을 해냈고, 현재 2년 째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 “멀리서 볼 때 무서워 보이는 것이지 정확히 알고 나면 재밌다. 그리고 크레인 조종기가 마치 게임기 조종기와 같아서 젊은 사람들은 훨씬 빨리 습득할 수 있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배우면 좋겠다. 사실 얼마 전 군에서 제대한 조카와 아는 동생에게도 이 일을 권해 줘서 현재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사 현장은 인생을 배우는 학습의 장 

그러나 그녀에게도 어려웠을 때가 있었다. 건설 현장의 한 팀이 자신들의 팀 일만 우선적으로 해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있어 이를 거절하자 해고 위기에 처하기까지 한 것이다. 그녀는 “타워크레인은 한 개인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든지 똑같이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신념으로 일한다고 강조했다. 
원 기사는 건설 현장은 인생을 배우는 곳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함께 일하는 사람 모두 내 삼촌, 내 아들이라는 마음으로 일하다 보면 일을 지시하기보다 뭐든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도와주게 된다. 항상 사람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 마음으로 일한다. 건설 현장에서 작은 일로 예민해져 있으면 그게 곧 큰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냥 얼굴 마주치면 웃으면서 인사 한 번 더 하고, 그러면 거기서 친밀감이 생기고 현장의 분위기도 훨씬 좋아진다”며 자신이 일을 할 때 그래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무전기를 들고 여기저기를 활보하고 다니면 다리 아프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일부러 운동하기 위해 만보를 걷기도 한다며 신나게 운동하니까 즐겁다고 말한다.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그녀는 현장 사람들에게 “제가 도와 드릴게요”라고 말하며 부지런히 공사 현장으로 향했다. 
고정연 기자 jyko@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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