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만이 살길인가? 과학인재 확보 전략 필요해
상태바
의대만이 살길인가? 과학인재 확보 전략 필요해
기획 기획특집 | 기술입국 시리즈-① 최근 5년 사이 4대 과학기술원 입학자 중 1000명 중도 포기, 80~90%는 의학계열로 이동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3.04.15 16: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정선 동서대 총괄부총장  사진제공/ 동서대

최근 이공계 학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과학기술 분야에 인재 가뭄이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현상이 발생한 원인과 대책은 무엇인지 동서대학교 김정선 총괄부총장에게 들어보았다.

초등생 의대준비반까지 등장, 심각한 의대 쏠림 현상

요즘 이공계 학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이 심각한 이유를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에게 물었다. 챗GPT는 “국내 대학교육과 취업시장의 구조적 문제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중략) 의료 분야는 취업이 안정적이며 높은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인식으로 인해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대답했다. 1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논리적인 답을 내놓은 신기한 물건 챗GPT를 만든 것은  첨단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인재들이다. 
세계는 지금 첨단기술 분야 인재 확보를 위해 총성 없는 전쟁 중이다. 로봇, 반도체, 인공지능, 우주산업, 신재생에너지 등 첨단기술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는 하나의 컨센서스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각에서 우리나라가 이런 국제사회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대응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최근 심해지고 있는 이공계 학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이다. 
종로학원이 지난 5년간 전국 4대 과학기술원 입학자 중도 포기 현황을 조사한 결과 약 1000여명에 달했다. 그리고 그중 80~90%가 의학계열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최근 사교육의 중심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는 초등생 의대준비반까지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의대 쏠림 현상이 인적자원 불균형, 과학기술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상)지난 1월 24일 '과학기술 영 리더와의 대화'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하) OECD 국가별 과학기술혁신역량지수

안정적 직업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주된 원인

기자는 의대 쏠림 현상의 원인과 대책을 알아보기 위해 김정선(60) 동서대 총괄부총장을 인터뷰했다. 김 부총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과학자 중 한명으로, 현재 UN 경제사회이사회 자문단체인 세계여성과학기술인네트워크(INWES)의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사실 과학기술 분야 기피 현상은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최근 학령인구 감소와 맞물려 더 적나라하게 드러났을 뿐이다. 원인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다양하다. 진로나 적성보다 안정적인 직업을 최우선하는 사회 분위기도 이유일 수 있고 과학이나 수학은 어렵고 재미없는 과목이라는 이미지도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과학기술 분야 인재를 육성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김 부총장은 미국 등 선진국을 벤치마킹해서 ▲초등학교 STEM 교육 도입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연구자 확보 정책 마련 등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초등학교부터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은 과학에 대한 흥미 유발은 물론 언어발달, 비판적 사고력 향상 등에도 도움을 준다. 최근 미국과 유럽의 추세는 과학기술 분야 수월성의 답을 다양성에서 찾는 한편 정책적으로 인종, 성별, 문화적 배경이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연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한 영향력 끼치는 연구 논문 발표할 때 보람 느껴

김 부총장은 미래에 주목해야할 과학기술 키워드로 지속가능성을 꼽았다. 그는 “UN은 기후변화 등 지구가 직면한 위기에 대응하려면 과학기술이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영국왕립학술단체도 신재생 에너지 개발, 탄소포집 기술 등 새로운 기술의 중요성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자로 살아오면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연구 논문을 발표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리고 박사학위 과정 중 진행한 항암제 관련 연구와 학위 취득 이후 해양생물을 통해 새로운 약효를 나타낼 수 있는 후보물질을 분리하는 연구에 참여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김 부총장은 “어떤 연구를 할 때마다 내가 연구 중인 분야에서 선행연구를 해준 연구자들이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하다. 그래서 늘 한 명의 과학자로서 미래에 누군가 이어갈 만한 의미 있는 연구를 하기 위해서 노력 중이다”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기자가 알고 있는 한 교수는 “만약 미래의 아인슈타인이 의대를 졸업, 피부과를 개원해 레이저 시술을 하고 있다면 막대한 국가적 손실”이라는 말을 한 적 있다. 적성과 열정을 가진 인재들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책적 지원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강민수 차장대우 mskang@igoodnews.or.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