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서 역이민한 이미루 씨 가족의 한국 적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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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서 역이민한 이미루 씨 가족의 한국 적응기
기획 [기획특집 Ⅱ] 36년 만에 돌아와 발전된 한국에 사는 하루하루가 감사해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2.12.0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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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함께 한 이미루 씨(오른쪽) 사진/ 오병욱 기자

최근 ‘재외동포의 역이민’이 인구감소를 해결할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36년 만에 브라질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이미루 씨 가족을 통해 역이민자들의 한국 적응 과정 등을 알아보았다.

단일민족 의식 강해 재외동포의 역이민 장려

1970년 3224만명이던 한국의 인구는 2020년 5184만명에 달했다. 그러나 저출산과 코로나19 등으로 2년째 감소세로 전환되었고 2070년엔 3766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한 저출산 정책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감에 따라 ‘이민 장려’가 유일한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일각에서는 이민자에 대한 거부감 완화를 위해서는 732만명에 이르는 재외동포를 국내로 불러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이른바 ‘역이민 장려’가 이민정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일민족 의식이 강한 국민 정서상, 피부와 언어가 다른 외국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외동포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데다 재외동포 역시 적응이 쉽다는 데서 기인한다.
 지난주 기자는 2015년 브라질에서 역이민해 줄곧 부천시에 살고 있는 이미루(47) 씨 가족을 만났다. 1981년 당시 39세 동갑내기 교사 부부 이찬재, 안경자 씨는 6살, 10살인 미루와 지별을 데리고 브라질로 향했다고 한다. 브라질에서 살고 있는 안 씨의 친정아버지가 이민을 제안하자 ‘다른 세상에서도 살아보자’며 한국을 떠났다. 이찬재(80) 씨는 “브라질에 도착하자마자 대부분의 한국 이민자들처럼 의류사업을 시작했다. 도전정신과 인내심이 강한 한국인의 핏줄을 타고나서인지 겁날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안경자(80) 씨는 주말 한국학교 교장과 브라질 국제학교 문학 교사로 활동해 교포사회에서 유명했다고 한다. 어려움은 없었냐는 질문에 미루 씨는 “이민자의 나라 브라질은 타민족에 대한 포용심이 크다. 인종차별은 느껴보지 못하고 지냈다”고 전했다.  
 

브라질에서 가진 미루 씨 외할아버지의 칠순 잔치  | 귀국 후 손주들과 함께 한 이찬재 씨 부부

36년 만에 돌아온 한국의 발전상 놀라워

브라질을 고향처럼 여기고 살았던 미루 씨는 “브라질 경제 사정이 좋지 않으니 한국으로 돌아오라는 시부모님의 요청으로 2015년 초등 4학년, 5학년인 알뚤, 알란 두 아들을 데리고 역이민 했다”고 밝혔다. 
곧이어 2017년엔 부모님도 딸 가족을 따라 36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찬재 씨는 “한국은 브라질과 달리 사계절이 뚜렷해 먹거리와 볼거리가 각양각색이라 매일매일이 새롭기만 하다. 의료 혜택과 치안, 대중 교통의 발전상에 놀랐는데 무료교육에 무상급식 등 복지혜택까지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브라질은 국립학교 수준이 낮아 아이들을 사립학교에 보냈는데 책부터 점심식사까지 엄청난 비용이 들었다”고 피력했다. 금상첨화격으로 미루 씨의 두 아들이 다녔던 상도초등학교에는 교포 자녀를 위한 귀국반이 있었다. 한국 적응을 돕기 위한 귀국반은 2년간 무료로 지원되는 교육·문화 프로그램이다. 미루 씨는 “고궁방문, 전통음식 만들기 등을 통해 한국을 배우는데 귀국반은 경기도 소재 초등학교 중 3곳에만 있다. 자녀를 둔 역이민자들이 이곳에 몰리는 이유 중 하나”라고 귀뜸했다. 
 

역이민자의 한국 정착에 세심한 배려 필요

미루 씨는 요즘 교포들에게 주거, 교육, 취업 관련 많은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역이민 장려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브라질의 급격한 경기침체도 역이민 증가에 영향을 주었다”며 “대부분 CEO였던 교포들은 역이민해 경비원 혹은 배달원, 치킨집 운영을 한다. 이들이 고국에서 전문성을 살리지 못하고 사는 것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한편, 포르투갈어에 서툰 부모님의 통역을 맡아 병원 예약, 가전 제품 수리 등 모든 일을 도왔던 미루 씨는 “한국에서는 언어 제약이 없으니 자신과 부모님 모두가 편할 것이라고 착각(?)했다. 그런데 사실 노령인이 역이민 할 경우 반드시 조력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동의한 안경자 씨는 “강연과 집필활동으로 한국말이 능숙한데도 영어와 신조어가 섞여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물건 사용법은 읽어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언어뿐 아니라 정서적·문화적 간극도 이루 말할 수 없어 역이민자들이 생활의 편리함을 뒤로 하고 되돌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언급했다. 
미루 씨는 “브라질 사람은 아무리 못살아도 오늘 마실 수 있는 커피 한 잔에 만족하며 열심히 산다. 반면 한국인은 지금 내 계좌에 5억이 있는데도 10억이 없다며 불안해 한다”며 7년째 한국에서 살고 있지만 여전히 브라질 출신자들과 어울릴 때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한국의 시스템을 온 가족이 누리며 건강하게 살 수 있어 너무 감사하다는 미루 씨는 “앞으로 인구감소에 대한 대책으로 재외동포 역이민이 유효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 정책 시행 시 역이민자의 한국사회 정착을 위한 세심한 배려조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미아 차장대우 miasong@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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