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토피가 아주 심한 한 학생이 내원했다. 보통 아토피를 앓고 있는 사람 가운데 증상이 심한 사람은 사람의 모습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진물이 나고 피딱지가 앉는다. 대개 이들은 ‘내가 무슨 잘못을 해서 이렇게 됐을까?’ 하며 자신이나 부모를 원망하며 괴로워한다. 또한 이 병은 낫지 않는다고 절망한다.
낮에는 사람들의 시선이 두렵고 싫어서 피하고 밤에는 한번씩 훅 올라오는 가려움 때문에 살을 후벼파며 고통스러운 삶을 산다. 이런 경우 본인도 힘들지만 지켜보고 있는 가족도 모두 힘들어 한다.
필자는 그 학생에게 “○○야, 많이 힘들었겠구나!”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몰라도 환자 본인은 자신의 증상이 가장 심하다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극심한 가려움으로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아픔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많이 힘들었겠구나” 이 말 한마디를 하면서 환부를 살피자 이 학생은 필자에게 마음을 다 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후로 학생은 내원할 때마다 짧은 시간이지만 사소한 것까지 이야기하면서 웃으며 돌아갔다. 이처럼 고통을 이해하는 진심어린 말 한마디는 어떤 약보다도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요즘 같은 삭막한 세상에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따뜻한 한마디를 할 수 있다면 이것은 여러 가지 문제를 풀어주는 열쇠가 될 것이다.
황효정 원장/ 모래시계한의원
저작권자 © 주간기쁜소식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