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처리장, 혐오시설 오명 벗고 시민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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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처리장, 혐오시설 오명 벗고 시민공간으로
[탐방] 성동구 중랑물재생센터, 국내 최초 서울하수도과학관으로 개관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7.09.2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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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처리장은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지만 악취로 인해 지역 주민들에게는 기피 대상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지역 주민들에게 친화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지난 9월 초 체험과 전시, 공원 녹지가 결합된 국내 최초의 ‘서울하수도과학관’을 개관했다.

악취 및 미관상 기피시설로 인식

“하수처리는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수인성 전염병으로부터 시민의 생명을 지켜주는 보루입니다.” 지난 9월 5일, 서울하수도과학관(성동구 자동차시장3길 64) 개관식에 참석한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 주찬식 위원장이 축사 중 한 말이다.
하수도는 사용하고 버리는 오염된 물·분뇨·빗물·지하수 등을 처리하기 위한 시설로 도시의 위생기능을 담당한다. 만약 하수도 시설이 미비해 오염물질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면 악취·수질오염·질병 등으로 삶의 질을 저하하게 된다. 영국의 의학잡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2007)’에서는 지난 160여 년 동안 인류 건강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항생제, 백신 등을 제치고 하수도가 1위에 꼽혔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렇게 국민의 건강한 삶과 도시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하수처리시설을 대부분의 시민들은 더럽고 악취가 난다며 혐오시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각 지자체에서는 하수처리시설의 현대화를 통해 악취를 줄이고 체육시설을 제공하는 등 시민들의 편견을 깨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하에는 하수처리시설, 지상에는 휴식·체험 공간

서울시도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40년간 강북·노원구 등 10개 구의 생활하수를 처리해 온 국내 최초 하수처리장 중랑물재생센터를 하수도과학관으로 만들어 개관했다. 
지난 주 기자가 찾은 서울하수도과학관은 과연 이곳이 하수처리장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혀 악취를 느낄 수 없었고 넓은 공원 같은 분위기였다. 새롭게 탄생한 하수도과학관은 오래된 하수처리장을 현대화하면서 일부 시설을 지하로 옮기고, 그 위에 공원을 조성했다. 서울하수도과학관 정은경 주무관은 “하수처리시설을 지하에 만들어 하수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를 차단하며 하루에 25만 톤 정도의 하수를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관 내부에는 하수도의 역사와 기술 등 하수도 전반에 관한 내용을 담은 전시장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체험관이 마련되어 있었다. 외부에는 물순환 테마파크 및 다목적 놀이터 등이 조성되어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곳을 찾은 이승환(27) 씨는 “옛날 사람들은 하수를 어떻게 처리했을까 궁금했는데 여기에서 하수도의 역사와 처리 과정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유익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하수도 보급률 선진국 수준에 도달

하수도의 역사는 기록에 따르면 기원전 6세기 로마시대로 거슬러간다. 하지만 근대적 하수도의 도입은 18세기 말 산업혁명으로 도시인구가 급격히 증가, 콜레라와 같은 전염병이 번지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영국, 프랑스 등에는 대대적인 하수도 축조와 정비가 이루어졌다.
우리나라의 하수도 역사는 청동기시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일제강점기부터 근대 하수도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1976년 최초로 서울 청계천 하수처리장이 준공되면서 현대적인 하수처리 시대가 시작됐다. 이제는 일부 농어촌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국민이 하수도 혜택을 받고 있으며 하수도 보급률은 92% 이상으로 영국, 독일 등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단계다. 최근에는 깨끗한 물을 확보하는 것 외에도 하수처리 과정에서 발생되는 폐기물의 자원화 등 하수도의 다양한 변화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수도는 도시의 정맥이라 불릴 정도로 안전하고 깨끗한 삶을 위한 주요 기반 시설이다. 이번 서울하수도과학관 개관을 통해 하수처리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전환과 함께 하수의 가치 및 처리 과정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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