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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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뭉쳤다
[탐방] 구미 선산봉황시장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7.09.0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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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새 정부의 골목상권 보호정책이 강조되면서 유통업계에서는 상생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마트가 구미 선산봉황시장에 ‘노브랜드 청년상생스토어’를 열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로 지역 상인과 갈등 심각

지난해 9월 경기도 하남시에 대기업 계열 거대 복합쇼핑몰이 개점했다. 쇼핑몰에는 초대형 할인마트부터 가전·가구·육아용품 전문점 등도 들어섰다. 쇼핑몰이 개점하면서 하남시에 있는 신장시장이나 덕풍시장 등 주변의 골목상권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특히 농수산물 판매 업종에서 피해가 가장 큰 것으로 파악됐다. 하남의 한 시장 상인은 “시장에 사람이 없어요. 쇼핑몰 입점 후 한 달 매출이 20% 가까이 떨어졌어요”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렇게 골목상권을 둘러싼 대기업과 기존 상인들의 갈등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2000년대 이후 대형 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잠식 문제가 불거지며 중소상인들과의 갈등이 본격화됐다. 대형마트에 이어 기업형 슈퍼마켓(SSM)까지 진출하며 전통시장의 상인들은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간 갈등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이 문제를 풀기 위한 일환으로 지난 6월 이마트가 선산봉황시장에 ‘노브랜드 청년상생스토어’를 오픈했다. 이곳은 대기업과 전통시장이 동반 성장이란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며 화제가 되고 있다. 

이마트 노브랜드, 전통 시장과 판매품목 조율

전통시장 안에 이마트 계열의 자체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노브랜드 매장이 입점했다는 소식을 듣고 기자는 구미 선산봉황시장을 찾아가 보았다. 선산봉황시장은 경북지역 내 최대 규모의 5일장으로 뒷자리가 2, 7로 끝나는 날에 장이 열린다. 기자가 찾은 날도 장이 열리는 날이어서 일찍부터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선산봉황시장은 5일장을 제외한 평일에는 방문하는 고객이 거의 없을뿐더러 특히 젊은 주부들은 전통시장보다 대형마트를 선호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자 시장 상인회와 청년상인들이 합심해 이마트 측에 사업을 제안하며 청년상생스토어가 개장하게 되었다. 청년상생스토어는 24년간 공실로 방치되었던 선산봉황시장 A동 2층 공간에 꾸며졌으며 청년몰과 노브랜드, 어린이 놀이터 및 고객쉼터시설 등이 조성되었다. 
시장 내 노브랜드 매장에서 판매하는 품목은 시장 상인회와 협의해 겹치는 부분을 최소화했다. 전통시장의 주요 상품인 신선식품은 판매하지 않고 주로 가공식품과 생활용품 등을 판매한다. 다만 시장 상인회가 수산물 판매를 요청해 생선과 조개 등 일부 수산물은 취급한다. 
노브랜드 선산봉황시장 박영도(39) 지점장은 “저렴한 물이나 과자 종류가 인기품목이다. 젊은층 뿐만 아니라 나이드신 분들도 많이 방문하신다”고 말했다. 

타지자체·소상공인 벤치마킹 줄이어 

노브랜드 매장 옆에 마련된 쉼터에 앉아 있던 한 할머니는 “장이 서는 날이라 왔는데 2층에 올라온 것은 처음이다. 노브랜드에 기존 시장에서 판매하지 않는 다양한 상품이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 시장을 찾은 젊은 부부는 “이번에 선산봉황시장이 새롭게 바뀌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 보통 대구까지 대형마트에 장보러 가곤 했는데 노브랜드뿐만 아니라 어린이놀이터도 있어서 앞으로 자주 올 것 같다”고 말했다. 
노브랜드가 입점하며 전통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지만 주차장 부족과 엘리베이터 부재 등 불편한 점은 개선할 문제로 남아 있다. 시장에서 야채를 판매하는 우순이(68) 씨는 “상생스토어가 개장하면서 손님들이 많이 찾다 보니 매출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꾸준히 이어질지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우려와 기대를 나타냈다. 
한편 노브랜드 청년상생스토어가 호평을 받으면서 선산봉황시장을 벤치마킹하려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 소상공인진흥공단과 문경시, 대구 달성군 등 지자체 관계자 외 울산, 통영 등 전국 시장상인 15개 단체 250여 명 이상이 이곳을 견학했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청년상인들이 함께 협업한 구미 선산봉황시장 상생스토어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상생유통모델로 성장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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