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 가치를 입고 재탄생한 창신동 봉제골목에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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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 가치를 입고 재탄생한 창신동 봉제골목에 가보니
[탐방] 봉제공장과 예술 공간이 어우러진 특별한 골목길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5.12.1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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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봉제골목, 이름만 들어도 70~80년대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큰 뒷받침이 되었던 근로자들의 애환이 떠오른다. 오랫동안 낙후된 환경과 경쟁력 약화로 위기에 처해있던 봉제골목이 최근 재도약을 위한 움직임을 시작하고 있다. 

70~80년대 노동자들의 애환이 담겨 있어
 
♪빨간꽃 노란꽃 꽃밭 가득 피어도 하얀 나비 꽃 나비 담장 위에 날아도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또 불어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우리 귀에 익숙한 ‘노찾사’의 ‘사계’ 중 한 소절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급성장했던 70~80년대 노동자들의 상황을 대변하는 이 노래의 배경이자 1970년 전태일 열사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해 분신자살한 장소가 바로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봉제골목 일대이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APM, 두타(doota) 등 번잡한 대형의류쇼핑센터를 지나 재래시장 안쪽 길을 따라가 보니 동대문 의류시장에 물량을 공급하는 크고 작은 봉제공장이 밀집되어 있었다. 얼핏보면 일반 주택 같지만 건물마다 작은 간판들이 달려 있고 원단을 실어 나르는 오토바이가 다니는 모습, 그리고 곳곳에서 들리는 미싱 돌리는 소리가 봉제골목임을 실감나게 한다. 경사진 골목길을 따라 단독주택이나 다가구 건물 속에 봉제공장 1,000여 개가 모여 의류산업의 메카인 동대문시장 배후 생산지를 이루고 있었다. 
특히 창신동 647번지는 ‘살아있는 봉제거리 박물관’이라 불리며 이곳을 대표하고 있다. 한때 647모임이라는 이름으로도 활동하며 의류봉제협동조합 등 관련 협회를 만든 이들은 이곳 삶의 터전에서 끈끈한 친목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봉제인들만의 마을공동체 속속 등장
 
봉제골목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이색적인 간판들이 눈에 띄었다. 단순히 봉제공장들이 즐비한 곳이 아닌 그들만의 마을공동체가 형성되어 있었다. 봉제업 종사자들의 자녀들을 돌보는 지역아동센터를 비롯해 학부모들이 직접 운영하는 ‘뭐든지 도서관’, 아름다운 디자인을 추구하며 지역 재생을 추구하는 예비사회적기업 ‘000간(자투리 천을 이용하여 예술품을 디자인하고 기획 전시함)’, 특히 세계 최초로 봉제사가 진행하는 라디오방송 ‘덤’은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라디오방송으로 창신동에서만 볼 수 있는 마을공동체이다. 
또 지난 10월에 개관한 ‘창신소통공작소’는 창신동에 사는 모든 봉제인들과 주민들이 목공작과 손공작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되었다. 가정용 목공예품을 만들기 위해 창신소통공작소를 방문한 한 주민은 “망가진 가구를 가져와서 고칠 수 있고, 만들고 싶은 물건 만드는 법도 배울 수 있어 정말 좋아요”라고 말했다. 창신동의 봉제골목은 골목 자체가 박물관이라 불리고 있다. 이곳을 방문하는 방문객들에게 골목길해설 및 봉제체험 프로그램도 제공하면서 마을의 활기를 더하고 있다. 
 
2017년 봉제박물관 개관 예정 
 
한편 최근 주민들의 투표 끝에 창신동 뉴타운 계획이 무산되면서 창신동 647번지 봉제공장의 밀집 거리 끝자락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봉제박물관이 착공을 앞두고 있으며 2017년 개관될 예정이다. 아울러 봉제 전문인력을 신규 양성하고 있는데 현재 종사자 평균 연령이 57세로 고령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긴 시간 동안 일에 매달려 바쁘게 살아가는 주민들을 위한 쉼터와 같은 공간들이 하나 둘 생겨나면서 봉제골목 일대에 활력소를 불어넣고 있다. 이곳에 가치를 더해주고 역사 속에 사라져가는 터전을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시킨 공동체와 주민들의 노력은 타 지자체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그러나 도시 정비와 더불어 근로자들의 노동환경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곳 봉제공장은 대부분 가족끼리 운영하고 있으며 매일 아침 들어오는 주문에 따라 일을 하다 보니 밤을 새는 날이 많고,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일을 하는 재봉사들이 많다. 박계현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은 “재생도시라며 공장에 간판을 다는 등 도시는 정비되고 있지만 정작 이곳 근로자들의 노동환경, 임금문제 등은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고정연 기자 jyko@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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