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은 너무 어려워~ 대신해 줄 사람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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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은 너무 어려워~ 대신해 줄 사람 없나요?
연재 트렌드2015 - ③ 최근 선택 과잉의 시대에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소비자들 위한 서비스 확산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5.12.0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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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은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 보니 단호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고민만 하다 시간을 보내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에 개인에게 적합한 정보를 제공하는 맞춤형 서비스가 각광받고 있다.
 
결정장애 앓는 ‘현대판 햄릿’ 증가
 
20대 주부 박모 씨는 청소기를 사기 위해 가전제품 매장에 들렀다. 그에게 디자인과 성능이 다른 청소기 두 개가 눈에 들어왔다. 동선이 자유로운 무선청소기와 충전할 필요가 없는 유선청소기 모두 포기할 수 없어 무엇을 살지 결정하지 못한 박 씨는 집으로 돌아온 후, 인터넷에 ‘이걸 살까요?저걸 살까요?’라고 물어보았다. 매장 문턱만 오가길 한 달째, 결국 청소기를 구입하지 못했다. 그 사이 박 씨의 결정장애를 타박하는 남편과 실랑이가 오가기도 했다.  
최근 박 씨처럼 쉽게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남에게 결정을 기대는 소비자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햄릿증후군’이란 신조어까지 생겼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의 주인공이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고 외쳤던 것처럼 요즘 현대인들도 지나치게 많은 상품과 새로운 정보로 인해 결정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식사메뉴나 옷 스타일 등에서부터 전공, 직업, 결혼 등 인생의 중요한 문제도 대신 결정해 달라며 SNS에 글을 올리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지 못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요즘 전문가가 골라주는 큐레이션 서비스 각광
 
지난해 말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는 올해 첫 번째 트렌드로 햄릿증후군을 꼽았다. 그리고 선택 과잉 시대에 자발적 의사결정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큐레이션 커머스(Curation commerce) 등 다양한 서비스의 등장을 예측했다. 실제로 전문가가 정보를 수집하고 선별해 이용자에게 추천한다는 의미의 큐레이션은 현재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식품, 패션, 책, 음악, 뉴스 등 수많은 정보를 통해 이용자의 취향과 선호도를 분석해 최적의 상품을 추천해 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는 소비자들의 스트레스를 낮추고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며 새로운 쇼핑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엔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이하 앱)도 등장했다. ‘결정장애 굿바이-쏘캣’, ‘뭐 무꼬’, ‘결정의 신’ 등이 대표적인 예다. 점심메뉴와 같은 사소한 선택을 도와주는 앱뿐만 아니라 ‘남자친구 바지 색깔 결정’, ‘성형을 할까 말까’ 등의 질문을 올려 투표에 붙이는 앱도 젊은층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취향보다 대세를 따라가는 문화소비 현상도 심화
 
한편 이러한 개인별 맞춤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개인의 취향이나 관심보다는 남들이 많이 보고 즐기는 대세를 따라가는 문화소비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베스트셀러 1위 도서가 전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 0.3%에서 올해 0.6%로 뛰었다. 영화도 좋아하는 장르나 감독, 취향보다는 평점이 높고 후기가 좋은 영화를 택해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이 내린 결정에 자신감을 상실하고 불안해하기 때문에 그 선택에 따른 책임도 회피하려고 대세를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순위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음원이나 도서 등의 순위를 조작하려는 사재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화평론가 심영섭 씨는 “넘쳐나는 콘텐츠 정보가 대중의 취향을 오히려 단순화시키면서 순위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선택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 교육이나 실패를 허용하지 않고 단일한 목표만을 추구하게 만드는 사회적 분위기도 결정장애를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현명한 선택을 위한 교육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단련하고 선택 이후에는 그 결과가 최선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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