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꿈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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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꿈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특집 [장애인의 날 특집] 시각장애 딛고 희망 노래하는 ‘한빛예술단’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5.04.19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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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4월 20일은 35번째 장애인의 날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현재 우리나라 장애인의 수는 약 250만 명(2013년 기준)으로 전체 인구 중 5%에 달한다. 그러나 5%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기만 한 가운데, 시각장애라는 불편함을 이기고 오히려 사회에 희망과 꿈을 선물하고 있는 ‘한빛예술단’을 만나 보았다.

국내외 누비며 희망 전하는 정상급 시각장애인연주단
 
Isn’t she lovely? Isn’t she wonderful, Less than one minute old~♪(그녀는 너무 사랑스럽지 않나요? 그녀는 정말 멋지지 않나요? 갓 태어난 소중한 생명이죠)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의 ‘Isn’t She Lovely’ 中-
미국 출신의 전설적인 맹인 가수 스티비 원더(1950~)의 노래다. 그는 유아기 때 실명한 이후 평생 빛을 보지 못한 채 살았다. 그러나 그의 음악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기쁨, 위로가 되어 주고 있다. 
그런데 스티비 원더와 같은 이들이 대한민국에도 있다.  ‘한빛예술단’은 세계유일의 시각장애인연주단으로, 2005년 창단되어 현재까지 사회 각계각층을 대상으로 매년 120회 이상의 공연을 이어오고 있는 베테랑 연주단이다. 2010년에는 시각장애인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등록을 마쳤다. 2011년 워싱턴 D.C 카네기 센터 공연, 2012년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 음악회’에 이어 지난해에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담 축하콘서트’에도 참여해 전 세계에 대한민국의 위상을 알렸다. 올해 7월에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연주회를 가질 예정이다.  
 
“수백 번씩 연습을 반복하는 길밖에 없어요”
 
그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이 세상 누구 못지 않다. 한빛예술단을 만나기 전까지는 특별한 몇몇 천재들의 이야기 정도로 생각했었다. 음악을 하려면 당연히 악보를 볼 수 있어야 하고, 여러 연주자들과 합주를 하려면 서로 눈빛도 교환하면서 호흡을 맞춰야 하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보기 좋게 깨지고 말았다.
지난 4월 11월 오전 경기도 구리시 구리아트홀. 오후 공연을 앞두고 한빛예술단의 최종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그들의 음악을 들어 보니 왜 그들을 만난 이들이 하나같이 그들의 음악이 특별하다고 말하는지 알 수 있었다. 
시각장애인 연주가들이 무대 위에서 한 곡을 소화하려면 반드시 그 노래를 외워야만 한다. 그러려면 한 곡을 수백 번 듣고 또 따라해보는 수밖에 없다. 또 지휘자를 볼 수 없기에 귀에 헤드폰을 꽂고 지휘자의 음성에 따라 음악을 조율해야 한다. 이처럼 음악을 향한 사랑과 열정이 담긴 음악이 특별하게 들리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것이 더 이상한 게 아닐까. 
단원들이 가진 것은 노력만이 아니다. 실력 역시 국내외 쟁쟁한 음악가들 못지 않다. 독일, 미국, 이태리 등에서 유학한 단원들도 여럿 있고, 단원들 대부분이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다. 그래서 그들이 가는 곳은 학교, 교도소, 군부대 할 것 없이 어디든지 박수갈채가 이어진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 없애고, 사회에 따뜻한 위로 주고파
 
한빛예술단 김양수 단장은 “시각장애인에게 폭 넓은 직업 세계를 열어주고자 예술단을 시작했다.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는 등 장애인들이 스스로 자립·자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주기 위하여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트럼본 연주자 박진혁 씨(男, 30)는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가치 있는 삶을 살아야한다는 생각 때문에 음악을 놓지 못했다.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주는 음악을 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해마다 ‘장애인의 날’이 되면 장애인들에게 관심을 갖자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그런데 며칠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 조용해진다. 한빛예술단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꾸준한 노력에 비춰보면 그런 우리의 냄비 근성이야말로 진짜 장애처럼 여겨져 부끄러울 뿐이다. 장애인들이 우리 사회에 바라는 것은 어떤 특별대우나 값싼 동정이 결코 아니다. 다만 그들의 불편함을 조금만 이해해주고 그들의 재능과 가능성을 믿고 지원해주길 바라고 있다.  
이번 35번째 장애인의 날은 장애와 비장애란 말이 육체적인 기능의 차이를 나눌 뿐 결코 우리의 영혼과 마음을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라는 사실을 되새겨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강민수 기자 wonderwork91@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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