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금도 어릴적 만난 두 거지가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가난했던 어린시절, 부모님은 이른 아침부터 들로 일을 나가셔서 동생과 집을 지키고 있을 때 한 거지가 밥을 얻으러 왔다. 남에게 베풀 만큼 여유 있는 집이 아니기에 다른 집으로 가달라고 사정하듯 말했다. 그러자 그 거지는 화를 내며 왕년에는 나도 잘나갔다고 하면서 자존심이 상해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며칠 후 젊어보이는 청년 거지가 아침에 또 집을 찾아와 구걸하기에 지난번과 같이 다른 곳으로 가라고 말했는데 그 거지는 배가 고파죽겠다며 찬밥이라도 한덩이 달라고 사정을 하는 것이었다. 그에게 자존심은 온데간데 없고 마음까지 낮아져 찬밥 한덩이를 생명처럼 구걸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일을 떠올릴 때면 마태복음 8장의 백부장 이야기가 생각난다. 백부장은 자신과 함께 사는 하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지위와 체면을 다 버리고 온 마음으로 은혜를 구했고, 예수님의 말씀을 생명으로 받아들였다. 이 말씀은 신앙인의 낮은 마음 자세에 대해 다시금 생각게 한다.
김기철 화백/ 석채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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