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를 통해 행복이 무엇인지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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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를 통해 행복이 무엇인지 배웠습니다
[인터뷰] 안산제일장례식장 박일도 대표를 만나다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4.12.2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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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잇따른 기부로 우리 사회에 따뜻함을 전해주고 있는 안산 제일장례식장 박일도(59) 대표. 박 대표와의 짧은 만남은 세월호 사고가 우리에게 남긴 뼈아픈 교훈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게 하였다.

“내 눈물바다 되잖아, 자꾸만 깊어지잖아…, 아무 준비 없이 나선 이 길, 그냥 가야 해~” 
그는 인터뷰에 앞서 한 곡의 노래를 권했다. 세월호 사고 당시 답답한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어 적은 글귀에 작곡가인 후배가 곡을 붙인 노래라고 한다. 그는 종종 노래를 들으며 아이들 생각에 눈시울을 붉혔다.

세월호 사고 당시 심정이 어땠는지 
 
아이들의 시신이 한 구씩 장례식장으로 들어 올 때마다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마치 힘들게 운동을 하다가 지쳐 잠든 것처럼 가만히 누워있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도저히 아이들의 죽음이 실감 나지 않았습니다. 당시 저희 장례식장에 세월호 사고 희생자 50명의 장례를 치뤘습니다. 인생이라는 레이스에서 출발선에 서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난 그들을 생각하니 너무나 막막하고 안타까웠습니다. 가족들 앞에서는 차마 눈물을 보이지 못하고 건물 뒤편에서 혼자 눈물을 흘리는 아버지들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기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지난 5월 결산을 하고 나니 평소보다 약 5천만 원 정도의 수익금이 남았습니다. 그런데 온 국민에게 큰 슬픔을 준 일로 번 돈을 도저히 쓸 수 없어서 전액을 기부했습니다. 이번에 교복을 기부한 이유 역시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아이들을 생각해서입니다.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야 했던 그 아이들의 몫까지 남아 있는 아이들이 이뤄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교복을 기부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기부를 통해 행복이 무엇인지 배웠습니다, 꽉 쥐었던 손을 펴고 내 것을 내려놓았을 때 느끼는 기쁨을 맛봤다고 해야 할까요. 그 맛을 보니 조금 더 많은 것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졌습니다. 이제는 누군가를 돕는 일이 삶과 사업의 목표가 되었습니다.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외면치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저 역시 어려운 시절을 겪어 왔기 때문이겠지요. 30여 년 전 안산으로 처음 이사를 왔을 때 보증금 5만 원에 1만 5천 원짜리 월세방에서 살림을 시작했습니다.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어 막노동부터 공장 일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열심히 일했고, 결국 나중에는 건설회사까지 운영하였습니다. 
그동안 제가 살아온 길을 생각해 보면 모든 일이 결코 저 혼자만의 힘으로 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분명하게 듭니다. 정말 힘들고 지쳤을 때 어깨를 두드려 주며 용기를 준 분들부터 저를 도와준 많은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을 일일이 찾아가 고마움을 표현하기는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과거의 저처럼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제가 받은 것들을 돌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장례식장을 운영하면서 느낀 점 있다면 
 
3년 전 우연한 계기로 장례식장을 인수 받아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밖에서 보기에 어떨지 몰라도 장례식장은 어떤 책이나 선생님도 가르쳐 줄 수 없는 많은 것을 배우는 곳입니다. 지난 3년간 수많은 사람의 죽음을 보면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죠. 잘난 사람이던 못난 사람이던 죽음 앞에서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하고 한 칸의 좁은 관 속에 잠드는 것이 우리 인생이더라구요. 
장례식장을 시작한 것은 제 인생에서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거든요.
 
사회와 나누고 싶은 말 한마디
 
세월호 사건 이후 곳곳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가 걸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8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가 그 문구처럼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아이들을 잊지 않고 있는지 반문해 보고 싶습니다. 왜 마음에 무언가 남으면 행동으로 나타나잖아요.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지금이라도 아이들의 희생을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지켜야 할 기본적인 윤리를 지키는 사회, 약자를 배려하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몫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강민수 기자 wonderwork91@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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