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으로 사라져 가는 겨울 거리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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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속으로 사라져 가는 겨울 거리 풍경
[탐방] 겨울 거리 풍경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4.12.19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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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불수록 따끈한 어묵국물을 비롯한 길거리 음식 생각이 간절해지는 때가 왔다. 길거리의 노점은 떡볶이, 어묵, 붕어빵 등 겨울을 대표하는 간식거리들을 속속히 내놓고 있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속에 정겨웠던 길거리 노점 문화가 점차 하나 둘 사라지고 있어 아쉽기만 하다.

길거리 포장마차의 추억
 
80~90년대만 해도 요즘처럼 다양한 국적의 간식거리들이 없었다. 그래서 겨울철만 되면 동네 친구들과 손에 천 원씩 쥐고 골목길로 붕어빵 아저씨, 떡볶이 아줌마를 찾아다니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동네 골목마다 리어카 포장마차는 낯선 풍경이 아니었다. 오히려 겨울시즌 포장마차가 보이지 않으면 뭔가 허전할 정도니 그런 노점이 얼마나 우리 기억 속에 깊이 자리 잡았는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포장마차들은 언제부터 생겨났을까?  
1950년대 처음으로 등장한 포장마차는 마차에 광목천을 두르고 참새구이와 소주를 팔았던 것으로 시작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같은 포장마차가 등장한 것은 경제가 부흥하기 시작한 1970년대로, 임대료가 없는 데다 초기 투자 비용이 비교적 적어 자본이 없는 서민들에게 좋은 창업 아이템이기도 했다. 게다가 포장마차를 이용하는 계층 역시 서민층이었기 때문에 서민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기도 했다. 
 

영등포와 신촌 길거리의 포장마차를 가보니
 
지난 13일 토요일 오후 3시 영등포역 부근의 거리는 노점들로 빽빽이 차 있었다. 이제 막 장사를 시작하려는 사람들과 이미 새벽부터 나와 장사를 하고 있는 사람까지 영등포 노점의 모습은 활발해 보였다. 하지만 영등포역 인근에서 30년 동안 장사를 해 온 60대 노부부의 말은 달랐다. “내가 젊을 때부터 이곳에서 장사를 해왔는데 타임스퀘어가 들어선 뒤로는 예전만큼 장사가 안된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타임스퀘어 안에서 천 원짜리 어묵은 사먹어도 길거리표 700원짜리 어묵은 사먹지 않는다는 것이 이곳 노점 상인들의 이야기다.
젊음의 거리 신촌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각종 체인점들이 거리의 간식을 차용한 제품을 선보이고 노점상인들은 포장마차 대신 규격화된 판매대를 빌리기 시작하면서 노점과 먹거리에 ‘정(情)’이라는 추가적 재료가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직장인 김찬혜(여, 28) 씨는 “거리는 깨끗해져서 좋지만 예전과 비교해 먹을 장소도 협소하고 천막도 없어 추위를 피할 곳도 마땅치 않다. 게다가 손님과 주인 사이에 정겨운 대화도 없어 삭막해 보인다”며 예전의 포장마차와 신촌을 추억했다. 
손님뿐 아니라 신촌 노점상인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떡볶이 장사만 20년을 해온 김 할머니는 예전 포장마차를 정리하고 판매대로 바뀌면서 더 이상 떡볶이 장사를 할 수 없게 되었다. 매서운 추위에 떡볶이를 먹을 만한 장소가 없기 때문이다.  
 
정(情)을 느끼고 추억을 먹게 했던 그 음식들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고 싶을 때 가장 먼저 기억나는 것은 음식이다. 음식의 맛과 향이 쉽게 사람들을 그 시절로 안내하기 때문이다. 붕어빵을 먹으며 어릴 적 친구와의 기억을 떠올리고 어묵 국물을 마시며 겨울의 찬바람을 이겨냈던 추억은 되새김질하여 따스한 정으로 기억된다. 한국인에게 정(情)문화는 다른 나라들이 가지지 못한 중요한 유산이다. 그렇기에 포장마차의 먹거리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정은 하나의 훌륭한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다. 우리 고유의 정문화 위에 오늘날의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길거리 먹거리가 곁들여 진다면 기업과 노점들이 상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현주 기자 julees43@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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