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가 코앞인데…눈물짓는 진도珍島
상태바
한가위가 코앞인데…눈물짓는 진도珍島
현장르포 발길 끊긴 관광객, 진도 민생 경제 어려움 심각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4.08.23 16: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4월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는 우리 사회에 씻을 수 없는 충격과 아픔을 주었다.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좀처럼 사고 후유증이 가시지 않고 있는 진도. 세월호 사고 이후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진도를 돕자는 본지 기사(7.27일字 5면) 이후 다시 찾은 진도의 모습은 그리 밝지 않았다.

보배섬 진도, 세월호 사고 이후 발길 끊겨
 
전라남도 진도군은 서해와 남해가 만나는 한반도 서남쪽에 있다. 본 섬을 중심으로 230여 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으며, 주변 해역에 멸치, 미역, 다시마 등 다양한 어류와 해조류가 풍부해 보배의 섬이라는 뜻으로 ‘진도(珍島)’라 부른다. 
1년 농사로 3년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흑미, 구기자 등 농산물이 풍부하고, 고려 시대 삼별초 ‘항몽 유적지’, 명량대첩으로 유명한 ‘울돌목’, 한국 남화의 성지로 불리는 ‘풍림산방’ 등 여러 역사 유적지와 문화재도 산재해 있다. 또 우리에게 친숙한 천연기념물 제53호 진돗개의 고향이기도 하다.  
진도는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오색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섬이다. 그러나 지난 4월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는 아름다웠던 섬을 슬픔과 고통으로 뒤덮었고, 오늘의 진도는 인적 끊긴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섬(?)이 되어 가고 있었다. 
 
구조 도운 어민들에게 돌아온 건 차가운 시선 
 
작년 이맘때까지만 해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진도읍 상설시장. 기자가 찾아간 날은 광복절 연휴임에도 불구하고 오가는 행인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썰렁했다. 그나마 진도에 연고가 있는 이들 몇몇 외에는 찾아오는 이가 없다고 한다. 시장 상인 김영이(女, 58세) 씨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완전히 끊겼다. 세월호 사고가 난 진도산이라는 이유로 해산물은 물론 농산물까지 먹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지난 1월 화재가 발생해 시장 대부분이 불타는 아픔을 겪었다. 그런데 연이어 세월호 사고가 터졌다. 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한 이후 이렇게 힘든 적은 처음이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관광과 더불어 진도 민생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어업의 경우 더욱 상황이 심각하다. 진도섬 영어법인 김진영 대표는 “휴가철이면 멸치를 사러온 관광객들이 많았는데 올해는 한 명도 없다. 세월호 사고 지점은 진도에서 40분 정도 떨어져 있어서 진도 상품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 소비자들이 외면해 너무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또 “사건 발생 당시 내 가족의 일이라 생각하고 생업을 뒤로한 채 구조작업을 도운 게 어민들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생기니 앞길이 막막하다. 한시적으로라도 고기를 더 잡을 수 있도록 어업 관련 규제를 완화하거나 정부에서 진도 농산물을 수매해 주는 등 농어민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진도 어민들을 돕기 위해 150억 원의 긴급자금을 지원했지만 정작 돈이 필요한 어민들은 신용이 낮아 대출 받기 어렵다. 오히려 신용상태가 좋은 이들이 대출을 받아 고리를 놓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진도 주민들의 고통, 모른 채 해야 하나
 
최근 영화 ‘명량’이 관객 수 1,5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자연스럽게 명량해전의 격전지 진도 ‘울돌목’을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그러나 울돌목은 진도 초입에 있고 대부분의 관광객이 울돌목만 보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 진도 주민들이 체감하는 경제 효과는 미약하다. 앞으로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곧 있을 한가위는 진도 주민들에게 눈물의 추석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동안 세월호 사고에만 관심을 쏟는 사이에 진도 주민들의 어려움은 묻힐 수 밖에 없었다. 지난 달 정부와 각 기업이 진도로 휴가가기, 진도 수산물 구입 등을 적극 권유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라고 한다. 이제는 진도 주민의 생활 안정을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대책 마련은 물론 국민들도 진도의 어려움을 함께해야 하지 않을까. 그들의 어려움은 곧 우리의 어려움이기 때문이다.
 
강민수 기자 wonderwork91@igoodnews.or.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