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들의 영원한 고향 우쉬또베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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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들의 영원한 고향 우쉬또베를 가다
기획 [탐방] 카자흐스탄 카레이스끼(고려인)들의 눈물과 애한(哀恨)의 스토리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4.08.1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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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이름조차 낯선 그 나라에 우리와 같은 얼굴을 가진 이들이 살아가고 있다. 77년 전 중앙아시아에서 시작된 고려인들의 비극의 역사, 그 발자취를 찾아서 카자흐스탄 고려인들의 최초 정착지 우쉬또베를 찾아가 보았다.

77년 전, 17만 한국인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 
 
1937년 10월, 스탈린은 러시아에서 활동하는 일본 스파이들을 색출한다는 명목 아래 블라디보스토크 등 러시아 극동지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에게 중앙아시아로의 강제 이주 명령을 내렸다. 당시 삶의 터전을 버리고 열차에 올라야 했던 한국인 수는 약 17만 명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그 중 1만여 명이 이주 도중 사망해 중앙아시아 허허벌판에 던져졌다. 천신만고 끝에 살아남아 도착한 곳 역시 섭씨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혹독한 추위와 풀 한 포기 찾아보기 힘든 황무지였다.
강제 이주라는 비극의 역사가 시작된 지 어느새 7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이주민들은 한국인 특유의 열정과 근면함으로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고 중앙아시아에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오늘날 그들은 카레이스끼(고려인)이라는 불리며, 현지 사회에서 중산층을 이루며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있는 고향과 뿌리를 향한 그리움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고려인들의 초기 정착지 ‘우쉬또베’
 
카자흐스탄 최대의 도시 알마티(Almaty)에서 자동차로 5시간 정도 달리면 고려인들의 최초 정착지 우쉬또베(Ushtobe)가 나온다. 우쉬또베로 향하는 내내 창밖으로 보이는 것이라고는 드넓은 평원이 전부였다.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대지가 주는 감동도 잠시, 황량한 벌판 어딘가 던져 졌을 고려인들이 생각나 감동은 어느새 안타까움을 넘어 경건함으로 바뀌었다. 
우쉬또베에는 과거 고려인들에 의해 형성된 마을이 지금까지 존재한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의 고려인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 극소수의 가구만 남아 있다. 
우쉬또베에는 고려인들이 마음의 고향으로 여기는 곳이 있다. 77년 전 그들이 최초로 정착했던  장소로 현재는 고려인들의 공동묘지가 있다. 최응선, 강 아나톨리…, 묘비명 마다 적혀 있는 이름은 그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말해준다.  
강제 이주 당시 5살이었던 안나 할머니(女, 81세)는 “1937년 겨울에 이곳에 도착했소. 변변한 농기구가 없어서 거의 맨손으로 굴을 파고 주변의 갈대를 엮어 지붕을 만들어서 겨울을 버텼지. 춥고 먹을 것이 없어서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도움으로 겨울을 날 수 있었소. 이듬해 지게로 물을 나르고 맨손으로 눈을 치워가며 수로를 만들어 벼농사를 시작했드랬지 . 당시 많은 어린 아이들과 노인들이 목숨을 잃었소”라며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공동묘지 주변으로는 푸른 논과 밭이 보인다. 과거 고려인들이 혹독한 추위를 이기고 일궈낸 바로 그 땅이다.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그들의 피와 땀 그리고 눈물이 서려있기에 고려인들이 이곳을 또 하나의 고향이라 부르는지 모른다.   
 
“죽기 전에 꼭 한 번 한국에 가보고 싶다” 
 
현재 카자흐스탄에 거주하는 고려인들은 약 10만 명 정도로 전체 인구의 약 0.6% 밖에 되지 않는다. 최초 이곳에 정착했던 1세대 고려인들은 대부분 세상을 떠났고 그들의 자손이 남아 고려인 사회를 형성하고 있다. 현지에서 만난 고려인들은 오랜 세월 앞에 한국문화를 많이 잊고 있었다. 하지만 중간 중간 들리는 한국어와 메주, 떡, 김치 등 한국 음식을 즐겨 먹는 모습은 영락없는 한국인이었다. 최근 한국인 선교사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한국과의 문화 교류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카자흐스탄에 머무는 동안 여러 고려인 가정을 방문했다. 가는 곳마다 같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환대해 주는 그들에게서 오히려 한국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따뜻한 정(情)과 온기가 느껴졌다. 
이역만리 낯선 땅에서 모진 설움을 이겨내고 삶을 이어오고 있는 자랑스러운 그들. 생을 마감하기전에 뿌리이자 고향인 한국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 말하는 그들에게 분명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후기/ 짧은 카자흐스탄 방문을 마치며 우리 대한민국이 이제 다시는 힘없는 나라가 되어 그들과 같은 비극의 역사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 그리고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자랑스런 나라를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보답의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민수 기자 wonderwork91@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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