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내 삶이 오늘 끝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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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 삶이 오늘 끝난다면...
[탐방] 현장 취재 - 임종 체험 프로그램 참여해 보니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4.07.05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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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상의 죽음을 체험하는 임종 체험 프로그램을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무엇 때문에 임종 체험에 참여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일까? 그 해답을 찾고자 서울의 한 상조회사에서 진행 중인 임종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았다. 

사선(死線)에서 행복을 발견한 사람들 
 
2004년 12월 26일 오전 8시, 크리스마스를 맞아 태국을 여행 중이던 ‘알바레즈 벨론’ 씨 가족은 아름다운 해변이 보이는 리조트에서 즐거운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해저 지진으로 발생한 쓰나미가 태국을 덮치면서 평화로운 휴양지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한다. 
생사조차 모른 채 서로 뿔뿔이 흩어져 죽음의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헤매던 벨론 씨 가족은 천신만고 끝에 기적적으로 다시 재회하게 된다. 이전까지 여러 가지 문제로 가족간에 갈등을 겪고 있던 그들은 죽음 앞에 선 이후 비로소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그들은 말한다. 우리는 이미 매일 기적 속에 살고 있으니 그 기적을 소중히 여기라고…. 
우리는 종종 죽음의 문턱을 다녀 온 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했다는 이들을 만나곤 한다. 인간에게 있어 가장 큰 두려움이자 공포인 죽음이 오히려 행복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어준 것이다.
 
“가족의 소중함 깨닫는 계기 되었어요” 
 
지난 토요일, 서울의 한 상조회사가 운영 중인 임종 체험 프로그램을 참여해 보았다. 몇 년 전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한 임종 체험 프로그램은 미국 의학박사이자 심리학자인 ‘레이먼드 무디’ 박사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하고 있다. 그는 죽음 앞에 섰던 이들 중 대부분이 과거와는 다르게 남을 배려하고 보람있게 살고자 노력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여기에 착안해 시작된 것이 임종 체험 프로그램이다.  
임종 체험은 먼저 자신의 영정 사진을 촬영하는데서부터 시작된다. 촬영을 마친 뒤 삶과 죽음에 대한 간단한 강의를 들은 후 각자의 영정 사진을 품에 안고 어두운 계단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면 캄캄한 실내에 실제와 똑같은 크기의 관과 한 벌의 수의가 놓여 있다. 참가자들은 수의를 갈아입고 조용히 관 옆에 앉아 유서를 작성하는 시간을 갖는다.  유서 작성을 마친 후 자신의 유서를 읽어가던 체험자들은 하나둘씩 눈물을 흘리며 지나 온 삶에 대한 반성을 토해 냈다. 한 참가자는 북받치는 울음을 참지 못해 결국 더 이상 체험을 진행하지 못하기도 했다. 
유서 낭독이 끝나면 마치 실제 죽음을 맞이한 것처럼 관 속에 들어가게 된다. 좁고 어두운 관 속에서 참가자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잠시 후 다시 관 뚜껑이 열리고 참가자들에게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것으로 체험 프로그램은 끝난다. 
이날 임종 체험에 참여한 이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용진(男, 31세) 씨는 “삶이 너무 안 풀리다보니 생각이 자꾸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혹시라도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참석하게 됐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고 가족이나 친구의 소중함도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고 체험 소감을 말했다. 프로그램 운영 관계자는 “임종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이들 중 자살을 결심했다가 포기하거나, 이혼 위기에 있던 부부가 재결합하는 등 긍정적인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죽음 이후와 영적인 세계 다루지 못해 아쉬움 
 
임종 체험 프로그램은 삶의 우선순위를 재정렬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등 다양한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현재 운영 중인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내세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죽음 이후나 영적인 세계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또, 오늘날 임종 체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 그만큼 우리 사회에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뜻으로도 풀이될 수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작년 한 해 대한민국의 사망자 수는 약 26만 6천 5백 명으로 조사되고 있다. 하루 평균 730명, 시간으로 환산하면 매 시간 약 30명이 세상을 떠나고 있는 셈이다. 아마도 그들 중 대부분이 죽음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올 것을 미리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는 내일이 찾아 올 수 있음을 장담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 하루를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강민수 기자 wonderwork91@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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