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나 창고에서 잠자던 책이 모였다. 19일 경기도 파주출판도시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1층에 24시간 운영하는 열린 도서관 ‘지혜의 숲’이 문을 열었다.
파주출판도시문화재단이 선보인 ‘지혜의 숲’은 지난 1년간 학자를 비롯해 여러 출판사와 지식인 등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기증받은 책 50만 권 중에서 우선 20만 권을 추려서 24시간 열린 도서관을 만들었다. 전체 서가 면적이 1,256㎡, 길이는 3.1㎞에 이르며 벽마다 설치된 책장에 책이 채워져 있으며 누구나 자유롭게 책을 뽑아 볼 수 있도록 전면 개가식으로 꾸몄다. 우선 1층 로비에 들어서면 기둥과 벽을 가득 채운 6m 책장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기증자별 서가로 ‘개인 철학’ 엿볼 수 있어
기증자별 서가로 ‘개인 철학’ 엿볼 수 있어
지혜의 숲의 ▲남쪽 출입구 ‘지혜의 숲1’은 학자?연구자?저술가 등 지식인들이 내어놓은 책으로 ▲중앙 출입구 ‘지혜의 숲2’는 출판사들이 기증한 책으로 ▲지지향 입구 ‘지혜의 숲3’에는 출판사와 유통업체가 기증한 책이 비치되어있다.
이처럼 ‘지혜의 숲’ 도서관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 도서관과는 달리 출판사와 기증자별로 서가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책을 기증한 출판사 서가를 찾으면 출판사가 그동안 낸 책을 모두 만날 수 있어 출판사의 특성에 맞춰 책을 선택하면 된다. 학자와 지식인 서가를 가면 그들이 그동안 어떤 책을 읽으며 지식을 넓혀 갔는 지 알 수 있다. 한 기증자의 서가에서 만난 40대 주부는 “책을 읽다가 우연히 책장 사이에 끼워진 메모지를 보게 되었다. 기증하신 분의 생각을 엿본 것 같아 재미있었다”며 손때 묻은 책을 더 찾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사서 대신 책을 권하는 권독사(勸讀司)들이 안내
이 도서관의 또 하나의 특징은 이곳에 도서검색용 PC가 없다. 대신 국내 도서관으로는 처음으로 30여 명의 권독사들이 안내를 맡는다. 권독사들은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원하는 책을 소개하고 독서를 권하는 자원봉사자다. 권독사 명찰을 달고 있는 한 명에게 물었다. “저 높은 곳에 책은 어떻게 꺼내 보죠?” 그러자 웃으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라며 “트레일러를 이용해 10단까지 올라가 꺼낼 수 있다. 그러나 11단 이상은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책이거나 기증자가 ‘소장’을 부탁한 경우라 꺼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가장 높은 서가는 8m이며 16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랫단에는 눈높이에 맞게 아동 청소년 도서를 비치해 두었다. 서가 앞에는 책상을 곳곳에 비치해 놓아 자유롭게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온가족이 한 서가 앞에서 자신이 원하는 책을 찾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출판도시문화재단은 앞으로 지혜의 숲에서 독서문화를 진흥시킬 다양한 형식과 내용의 인문?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할 방침이며 “책을 기증한 국내?외 지식인과 학자, 출판인들을 초빙해 강의를 듣고 대화하는 ‘아시아의 지식축제’ 등 다양한 행사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배지원 기자 jiwonbae@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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