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을 위해 미리 돈을 지불한다’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미리내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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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을 위해 미리 돈을 지불한다’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미리내 가게
기획 미리내 가게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4.05.2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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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돈이 많은 사람일까, 아니면 가난하지만 덜 입고, 덜 누리면서 모아 놓은 재산을 타인을 위해 내놓는 아주 특별한 사람들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여기 평범한 사람들이 즐겁게 부담 없이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동네 사람에게 차 한 잔과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할 마음으로 ‘미리내 가게’에 들어가기 만 하면 된다.
 
남을 위해 미리 계산하는 참여형 기부 형태
 
대다수 소비자들은 좋은 품질의 제품을 좀 더 저렴하게 구입하려는 합리적 소비를 추구한다. 그런데 요즘 소비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나와 남이 함께 이로울 수 있는 착한 소비에 관심이 많다. 대표적으로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시작한 서스펜디드(suspended) 커피가 있다. 카페에 가서 자신이 마신 커피 값만 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를 위해 커피 값을 미리 내는 것이다. 미국의 신발 회사인 탐스(TOMS)는 고객이 신발을 살 때마다 똑같은 신발을 신발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한 켤레씩 전달하는 ‘원포원(One for One)’, 고객 참여형 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최근에 한국에서도 시민주체 민간 나눔 운동인 ‘미리내 가게’가 활성화되고 있다. ‘미리내’란 순우리말로 ‘은하수’라는 뜻이자 ‘미리 계산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미리내에는 각 가게만의 독특함이 있다. 어려운 이웃이든 목마른 대학생이든 주머니가 두둑한 부자든 누구든지 와서 누릴 수 있다. 가게 주인과 손님 간에 진심과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방식 때문이다. 커피에서 시작된 미리내 운동은 이제 식당, 미용실, 목욕탕, 세탁소, 꽃집, 서점, 문화공연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내가 낸 것이 그대로 전달될까?”
 
이렇게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미리내 가게’ 운동에 참여하고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미리내운동본부 대표인 김준호 교수(동서울 대학교 전기정보제어과)는 “많은 사람들이 기부를 하면서도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은 ‘내가 기부한 것이 제대로 전달되느냐?’에 대한 의문을 갖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미리내 가게는 자신이 기부한 국밥 한 그릇, 커피 한 잔이 제대로 전달되는, 투명성이 보장되는 기부 형태 때문에 많은 분들이 참여하게 된 것 같다”며, 이런 기부 활동이 SNS를 통해 공유되면서 가게와 손님 사이에 더욱 신뢰가 쌓이게 되었다고 한다.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시민 나눔 문화로 발전
 
서울에서 가장 많은 ‘미리내 가게’가 운영되고 있는 곳은 고려대학교(앞 골목) 주변이다. ‘빈트리’ 카페, ‘신의주찹쌀순대’, ‘고기국수’, ‘행복이 가득한 가게’, ‘동원분식’ 등 11곳이다. 그 이유는 대학생 중심으로 활동 중인 미리내 서포터즈 팀이 활약한 결과이다. 현 고대 서포터즈 팀장 이정준(고대4)은 “1가게 1매니저로 활동하면서 가입 가게와 매니저 간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온오프라인 홍보에서부터 가게의 특성을 살려 미리내 활동을 잘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 제공과 운영지원을 하고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학교 앞에 있는 빈트리 카페(서울 1호점)는 학교 선배들이 후배들을 위해 커피 값을 기부하고 있고, 행복을 나누는 옷가게 같은 경우는 옷을 기부받거나 필요한 옷으로 교환해 갈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청 지하상가 내 ‘명동칼국수’, ‘카페 옆 분식집’, ‘Tree An Cafe’와 서울시청 내 ‘행복플러스’ 카페가 미리내 가게로 운영되고 있다. 윤소예(고대2) 서포터는 “행복플러스의 경우 기부된 커피와 차를 카페에 방문하는 장애인 또는 서울시립 장애인 생산품 판매시설에 종사하는 장애인에게 이동카페 형식으로 전달한다”며 업종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미리내 가게에는 감동적인 스토리도 많다. “시흥의 호면왕국수집은 국수 한 그릇이 2천 원인데 가게 주변에 사는 분들이 주로 할머니, 할아버지, 독거 노인들이다. 그분들은 폐지를 주워 팔아 생활하는데 하루 수입이 3~4천 원이다. 그분들에게 국수 한 그릇은 굉장히 비싼 가격인 셈이다. 그런 사연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지금 호면왕국수집에는 미리 낸 국수 그릇이 800그릇이 넘는다”면서 이승열(고대2) 서포터는 앞으로 미리내의 취지를 잘 살린 가게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김준호 대표는 “얼마 전에 미리내 가게가 200개소가 넘었다. 미리내 운동에 참여하시는 주인장님, 미리 내시는 분, 사용하시는 분들이 모두 미리내의 별들이라고 생각한다”며, 미리내 운동이 더욱 확산되어 소외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자발적인 시민 나눔 운동으로 계속 발전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리내 가게 홈페이지 www.pinterest.com/mirinaeso
 
배지원 기자 jiwonbae@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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