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한국인으로 대해 주는 대한민국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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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한국인으로 대해 주는 대한민국에 감사합니다”
특집 [입양의 날 기획 특집] 5세 때 벨기에로 입양, 영화감독으로 성장한 ‘융 헤넨’의 성공 스토리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4.05.1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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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해외 입양아의 성장을 그린 애니메이션 ‘피부색깔=꿀색’이 우리 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한국에서 벨기에로 입양된 감독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영화화 했는데 개봉에 맞춰 방한한 그를 만나보았다. 

작년 한 해 755명의 아동이 해외로 입양되다
 
올해 초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현수(당시 3세)가 양아버지의 폭력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사건을 계기로 반짝했던 해외 입양 아동에 대한 관심도 잠시, 어느새 해외 입양아들의 어려움은 다시 우리가 아닌 남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대한민국의 입양 규모는 총 922명으로 국내 686명, 국외 236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2년 총 1,880명(국내 1,125명, 국외 755명)에 비하면 절반 정도 감소한 수준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쓰고 있던 고아 수출국 1위라는 불명예스런 왕관은 내려놓았지만, 대한민국의 해외 입양 아동 수는 여전히 세계 상위 수준이다. 
대한민국에서 해외 입양이 시작된 계기는 한국 전쟁 이후 생겨난 고아를 해외로 입양 보내던 것에서 시작된다. 당시야 워낙 먹고 사는 것조차 힘든 시절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 모르지만,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오른 지금까지도 적지 않은 수의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정체성 혼란과 외로움 극복하며 훌륭히 성장 
 
‘피부색깔=꿀색’의 감독 ‘융 헤넨(본명 전정식, 49세)’은 다섯 살 때인 1970년 인종·언어·문화도 다른 낯선 나라 벨기에로 입양됐다. 그를 친가족처럼 대해 주는 따뜻한 가정이었지만, 그를 낳아 준 어머니와 고향을 향한 그리움마저 채워 주지는 못한다. 영화는 융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외로움을 극복하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적절한 유머와 함께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다. ‘피부색=꿀색’이라는 독특한 제목은 입양 서류에 적혀 있던 그의 피부색에서 따왔다고 한다.
지난 5월 11일 서울 마포구 성미산마을극장에서 만난 융 감독은 어두웠던 과거를 믿기 힘들 정도로 유쾌하고 밝은 표정의 소유자였다. 그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오늘날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 “어릴 적 거울 앞에 서면 유럽인이 아니라 아시아인이 서 있었습니다. 자신이 버려졌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한쪽 팔을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으로 태어났다면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하는 것과 똑같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해외 입양아로서 한국사회에 바라는 것이 있는지 묻자 “물론 국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사회 인식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미혼모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혼모가 혼자서도 아이를 키울 수 있고 새로운 가정을 꾸릴 수 있는 문화가 먼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저를 한국인으로 인정해 주셔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 배우들과 한국에서 영화를 촬영하고 싶다”며 한국에 대한 감사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밝은 모습으로 자신을 버린 고국에 감사를 표현하는 그 앞에서 왠지 모를 부끄러움이 든 건 비단 기자뿐일까. 현재 그는 자신과 같은 한국인 입양아와 결혼해 가정을 이뤘으며, 18세 된 딸아이를 두고 있다. 미혼모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 바뀌어야 
통계청의 통계에 따르면 입양 아동 중 90% 이상이 미혼모의 자녀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미혼모가 스스로 아이를 키우고 싶어도 경제적 어려움과 주변의 따가운 눈초리 때문에 아이를 제대로 키우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미혼모를 바라보는 편견부터 벗어버리는 일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또, 한편에서는 까다로운 입양 절차와 조건이 국내 입양을 가로막고 있다는 의견도 있어 국내 입양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인 지원도 필요해 보인다.
미혼모도 고아도 우리 사회의 소중한 일원이다. 그들과 같은 사화적 약자들이 더이상 편견에 무릎 꿇지 않고 당당히 살아갈 수 있는 성숙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숙제가 아닐까. 

강민수 기자 wonderwork91@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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