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매일 매일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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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매일 매일이 행복합니다”
특집 어버이날 특집 | 탐방 - 5월 어버이날을 맞아 행복한 모자(母子)를 찾아가다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4.05.1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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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8일은 어버이날이다. 우리는 보통 바쁜 일상에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매일 연세 많은 어머니가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아들의 도시락을 싸오고 가게도 봐주면서 행복하게 아들과 노후를 보내는 평범한 모자의 ‘행복일기’를 소개한다.

사회에서 소외되는 연로한 부모들 증가
 
“아범아, 내 아들아, 날 제발 데려가 다오. 밥 굶어도 나는 좋고 헐벗어도 나는 좋단다.
너의 얼굴 바라보면 밥먹은 듯 배가 부르고 너와 함께 사는 것은 옷 입은 듯 나를 감싸니
어느 노래의 가사 일부이다. 언젠가 공무원인 아들, 학교 교사인 며느리, 대학에 다니는 손자가 할머니를 태워 낯선 곳에 잠깐 내리시라 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은 일이 있었다. 양로원에 맡겨진 할머니는 아들이 보고 싶어도 아들 신분이 알려질까 두려워 찾지 못했다. 아들을 보고 싶어도 찾지 못하는 부모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이렇듯 알게 모르게 자식들로부터 버려지는 부모들이 늘고 있으며, 또 함께 살지만 부모에게 관심을 갖지 않고 식사도 함께 하지 않으며 대화 없이 사는 가정이 많다. 한평생 부모의 헌신으로 자식들은 성장했지만 그 은혜를 깨닫지 못한다. 그들이 어른이 되어 어렴풋이 부모가 얼마나 고생하면서 키웠는지 알게 되지만 부모는 세월을 기다려주지 못한다. 사회가 복잡하고 분주해지면서 가까워야 할 부모·자식관계가 점점 더 약해지고 사랑이 식어가고 있다는 데에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장사꾼의 마음보다 이웃과 더불어 살려는 마음 가득
 
세월호 침몰 사고로 한국 사회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어둡고 무거운 이때 5월 어버이날을 맞아 가족간의 따뜻한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한 모자를 만나 보았다. 그 주인공은 안양역 지하상가에서 20여 년간 테이프, 카세트등을 판매하는 까치음악사와 까치전자를 운영하는 정종완(男, 54) 대표와 그 어머니다. 정 대표는 소박한 아저씨처럼 잘 웃으며 목소리에 구수한 맛이 있었다. 요즘 잘 찾지 않는 카세트 테이프 가게에 나이가 지긋한 단골 손님들이 연신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고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단골이라는 이규돈(男, 70, 안양) 씨는 “주인이 친절하고 정직해서 단골이 됐다. 겪어 보면 보통분이 아니란 걸 알 겁니다. 이집 주인처럼 마음이 넉넉한 사람이 진정한 부자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에 테이프 카세트가 고장나 가게에 우연히 들렀던 한 아주머니는 “주인이 카세트를 꼼꼼히 살피고 무료로 수리를 해주었다. 고장난 것이라 얼마든지 새것을 팔 수 있었는데, 팔려고 하는 마음보다 도와주려는 마음이 보여서 너무나 고마웠다. 그 카세트로 노래를 반복해서 들으며 노래자랑에서 수상했다”며 감사해 했다. 
이런 주인의 마음에 끌려서 일까? 오산, 인천 등 타지에서도 손님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연세 지긋하고 등 굽은 할머니가 항상 아들 옆에 앉아 있다는 것이다. 아들인 정 대표는 밤늦도록 어른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찾아 카세트와 같이 판매할 준비를 하고, 그의 노 어머니는 아들을 위해 매일 아침 점심 도시락을 싸서 가게로 가져온다. 정성이 듬뿍 담긴 도시락을 먹는 아들의 모습에서 사랑이 넘치고 보는 이들의 마음에도 행복이 전달 되는 듯했다.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삽니다”
 
기자는 아들에게 손님과 좋은 관계를 맺는 정 대표의 비결을 물어봤다. 정 대표는 “특별한 비결은 없어요. 그냥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말고는요. 손님들 대부분은 좋은 분들이에요, 일부 손님들 중 애를 먹이고 손해를 입히는 경우도 있지만 다투기보다는 물 흐르듯 그냥 넘어가려고 해요”라고 답했다. “한번은 치매기가 있는 할아버지가 카세트를 구입한 후 1년이 지나 다시 환불해 달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 지하상가에 테이프 관련 가게가 12개 있었는데 이제는 저희 가게밖에 없습니다. 이제 카세트는 사양 종목이지만 장년층 이상의 분들은 흘러간 노래 듣기를 좋아하고 음악은 그분들 삶에 뗄 수 없는 부분이라 계속 가게를 유지하려고 한다” 고 했다. 
서로 아껴주고 위해주는 평범한 서민, 우리 이웃들의 삶을 보며 요즘같이 각박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작은 빛을 발견한 기분이 들어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행복은 거창한 곳에 있지 않고 이런 평범한 이웃들의 따뜻한 마음에 있는 것은 아닐까. 
 
박정현 기자 cool@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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