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적도 표지판이 세워진 케냐 ‘냐뉴키’ 마을을 지날 때였다. 현지인이 바닥에 작은 구멍이 난 물그릇을 들고 다가왔다. 그는 물 위에 성냥개비 두 개를 띄우고 적도 표지판으로부터 북쪽으로 몇 걸음 옮겨 섰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막고 있던 구멍을 열었는데, 물이 시계 방향으로 휘감아 치며 떨어지자 물 위에 떠 있던 성냥개비도 그렇게 돌기 시작했다. 다시 그는 적도표지판에서 남쪽으로 자리를 옮겨 섰다. 그리고 물구멍을 열자, 물줄기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휘돌아 치며 떨어졌고 성냥개비도 그렇게 돌았다. 이번에는 자리를 옮겨 적도 표지판에 서자, 구멍으로 흘러내리는 물은 주르륵 쭉~ 방향 없이 곧게 떨어졌고 성냥개비는 꿈적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삶 속에서도 이런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 마음이 어디에 섰느냐에 따라 슬픔이 휘몰아가기도 하고 기쁨이 휘감아가기도 한다. 또한 적도에 서듯 우리 마음이 어떤 형편에도 영향을 받지 않기도 한다. 우리 마음이 어디에 서 있느냐에 따라, 삶이 흘러가는 방향과 우리 인생의 길이 달라진다는 사실이 신비하면서도 두렵다.
전희용 목사/ 탄자니아 다르에르살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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