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흉물 폐선부지의 화려한 부활 마포 공덕역 상설시장 ‘늘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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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흉물 폐선부지의 화려한 부활 마포 공덕역 상설시장 ‘늘장’을 가다
[탐방] 마포 공덕역 상설시장 ‘늘장’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4.02.0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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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경의선 철도가 지하화되면서 마포구 공덕역 주변 경의선 폐선부지는 도심 속 흉물로 전락했다. 하지만 최근 이곳에 상설시장 ‘늘장’이 개장하면서 방치되었던 폐선부지가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변모해 나가고 있다.

경의선 폐선부지에 새로운 개념의 상설시장 조성
 
대한민국의 가장 비싼 땅은 어디일까?  서울시 중구 명동에 있는 화장품 가게 부지로 공시지가가 1㎡당 7천만 원이다. 반면 가장 싼 곳은 전라북도 남원군 덕동리 소재 임야인데, 1㎡당 가격이 130원이다.(2013년 표준공시지가 기준) 하면  두 곳을 비교하면 약 54만 배 차이가 난다. 그 위치와 쓰임에 따라 가치가 천차만별인 것이 바로 땅이다.
최근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도심 속 버려진 땅을 공원, 시장, 텃밭 등 시민들의 공용지로 용도를 변경해 도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시도들이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 마포구 공덕역 주변 경의선 폐선부지 역시 이러한 곳 중 하나다. 지난해 9월 유휴지로 남아 있던 공덕역 주변 3,280m²(990여 평)에 파켓(park+market)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지향하는 상설시장 ‘늘장’을 개장했다. 파켓이란 공원을 뜻하는 파크(Park)와 시장을 뜻하는(Market)의 합성어로, 바쁘게 물건만 사가는 곳이 아니라 여유롭게 유용한 물건을 구매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이다. 늘장이란 이름은 ‘늘 열리는 시민의 장’이라는 뜻으로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이자 소통의 장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  
 
남다른 의미 지닌 이색적인 상품이 가득
 
설을 앞둔 1월의 마지막 주 화요일 저녁 늘장을 찾아가 보았다. 입구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주황색 컨테이너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중고물품을 사고파는 것만 아니라 교환해 갈 수 있는 ‘마켓인유’라는 중고상점이다. 지난 2011년 대학생들에게 중고품 재활용 문화와 공유 가치관을 전하기 위해 서울대에서 시작한 벼룩시장이 시발점이 되어 늘장에서 매장을 오픈하게 되었다고 한다. 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마치 이글루를 연상케 하는 모양에 ‘모자란 가게’란 다소 겸손한 이름을 가진 상점이 있다. 모자란 가게는 친환경 농산물부터 폐현수막으로 만든 에코백, 공정무역 상품 등 자세히 들여다 볼수록 의미있는 상품들을 판매하는 곳이다.  그 옆으로는 ‘목화송이&지구나무’가 있다. 지구나무는 재생지로 만든 문구류를 목화송이는 대안생리대와 무형광 면행주 등 친환경 면제품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으로 두 업체가 서울시 도봉구에 속해 있는 것이 인연이 되어 함께 매장을 운영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밖에도 늘장에는 친환경 식품을 판매하는 산골처녀 유라, 일본인 청년이 운영하는 정통 다코야키 식당 등 이색적인 상점들이 운영되고 있다. 이날 늘장을 방문한 대학생 김민지(女, 24세, 신림동) 씨는 “백화점에서 살 수 있는 고급 제품은 아니지만, 의미있고 개성 있는 물건들이 있어서 종종 늘장을 찾는다”고 방문 이유를 밝혔다.
도시 곳곳을 다니다 보면 버려진 유휴지들이 종종 눈에 띈다. 늘장은 이런 땅들에 대해 조금만 시각을 바꾼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알려주는 일종의 창조경제 사례다. 아직은 조금 어설프고 부족해 보이지만, 지역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려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돋보이는 실험적인 장소 ‘늘장’, 현재진행형인 폐선부지의 따뜻한 변신이 올 한 해 더욱더 기다려진다.
 
강민수 기자 wonderwork91@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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