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팸(가출 + Family), 그들이 쉴 곳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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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팸(가출 + Family), 그들이 쉴 곳은 어디인가?
기획 [신년기획]가출 청소년들의 해방구 신림동에 가 보니…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4.01.12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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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이 새로운 한 해를 맞은 소망과 기대감으로 젖어 있는 이때에도 외로움과 배고픔에 맞서 하루하루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이들이 있다. 각종 이유로 집을 나온 가출 청소년들이 그중 하나다. 지난 1월 5일 희망보다 절망을 먼저 겪은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대를 찾아가 보았다.

한 해 가출 청소년 20만 명, 그중 14만 명은 오갈 데 없어
 
몇 년 전부터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가출팸’이라는 낯선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들리기 시작했다. 가출팸이란 가출과 패밀리(Family)의 합성어로, 가출한 청소년들이 모텔이나 원룸을 빌려 가족처럼 함께 생활하는 집단을 말한다. 이들에게는 절도, 폭력, 성매매 등과 같은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며, 마치 사회를 위협하는 신종 범죄 집단처럼 묘사되곤 한다. 
하지만 그들을 비난하기 전에 왜 우리의 자녀들이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를 조금 더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경찰에 의하면 연간 국내 가출 청소년 수는 약 2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게다가 그들 중 14만 명 정도가 오갈 곳이 없는 홈리스 청소년들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한다. 여성 가족부의 통계에 의하면 가출 청소년 중 절반이 넘는 60% 이상이 부모 등 가족과의 갈등 때문에 가출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가정에서의 소통 부재와 고립, 그리고 가정폭력이 그들을 거리로 나오게 만든 가장 큰 이유인 셈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는 가출 청소년들을 도울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너무나 빈약하다. 일례로 가출 청소년들의 단기 또는 중·장기 거처로 활용될 수 있는 청소년 쉼터의 경우 전국에 약 100여 개밖에 되지 않으며, 수용 가능한 청소년 수는 1,000명 안팎이다. 20만 명에 달하는 가출 청소년들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많은 청소년이 부모와 대화에 한계 느껴
 
신림동 일대는 싼 물가와 함께 모텔, 고시텔 등 숙박업소가 밀집되어 있어 가출팸들이 주로 모이는 곳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5일 일요일 오후, 신림역 일대는 차가운 날씨 탓인지 한산했다. 최근 청소년들이 즐겨 찾는다는 ‘디스코 팡팡’이라는 놀이시설로 발길을 옮겨 보았다. 흡사 나이트클럽을 연상시키는 어두운 조명과 시끄러운 음악이 들리는 실내로 들어서자, 원판이 심하게 흔들리는 놀이기구 위에서 고함을 지르며 즐거워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편에서는 과연 이곳이 청소년들이 여가를 즐길만한 곳인지 의심스럽기도 했다. 건물 주변에서는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나, 여러 색으로 머리를 물들인 청소년들이 모여 다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여러 차례 접근을 시도했지만, 그들 중 가출팸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았다. 현재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거리에 있던 청소년들에게 말을 걸어 보았다.  그들은 한결같이 “어른들이 우리를 조금 더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부모님과 대화하기가 쉽지 않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 시대의 청소년들이 부모와의 소통을 얼마나 어려워하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겉과는 달리 속마음은 부드러워, 사회가 먼저 편견 버려야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는 ‘카페나무’라는 청소년 쉼터가 있다. 이곳은 쉼터를 찾는 청소년들의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 2층은 카페, 3층은 위기 청소년을 위한 쉼터로 활용하고 있다. 이곳에는 현재 2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활동하고 있으며, 지역주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만든 곳이기에 그 의미가 깊다. 기자가 방문한 날도 아이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서 타로를 배우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4년째 청소년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정수임(女, 45세, 사당동) 씨는 “문제 청소년들을 만나 보면 마치 성게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꺼풀만 벗겨 보면 너무나 순수하고 예쁜 아이들이라는 것을 알았거든요. 한 번은 온몸에 문신한 청소년을 상담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겉모습만 보고 덜컥 겁부터 났지만, 아이의 사연을 듣다 보니 어른으로서 무척 부끄러워 함께 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른들이 먼저 청소년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도록 노력했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복지에 필요한 예산을 늘리거나 청소년 시설을 보강하는 등의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통계가 말해주듯 가정 내에서의 소통과 대화를 원활하게 하는 것이 청소년 가출을 예방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조언한다. 
그러면 어떻게 우리 사회 구성원이 자유롭게 서로 마음을 표현하고 대화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까? 2014년 새해,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 봐야 할 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강민수 기자 wonderwork91@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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