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야전 사령관(채명신 장군), 사랑하는 전우 곁에 잠들다
상태바
영원한 야전 사령관(채명신 장군), 사랑하는 전우 곁에 잠들다
특집 [특별취재] 본인의 유언대로 사병 묘역에 안장, 한국 사회의 큰 반향 일으켜… 제2의 채명신이 이어지길 기대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4.01.12 19: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채명신 장군(1926.11~2013.11)은 초대 주베트남 한국군사령관을 지낸 예비역 중장이다. 그런데 이 채명신 장군이 지난해 11월 28일 국립서울현충원의 장군묘역 대신 사병묘역에 묻히면서 많은 후배 군인들은 물론 사회 지도층, 일반인들의 마음속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장군이 사병묘역 안장, 현충원 역사상 최초
 
채명신 예비역 육군 중장이 장군 출신으로는 처음 국립서울현충원 베트남전 전사들이 묻힌 제2묘역(월남파병전사자묘역)에 지난해 11월 28일 안장됐다. 고인의 유언에 따라 장군묘역이 아닌 사병묘역에 묻힌 것이다. 이 일은 “생사고락을 같이했던 사랑하는 부하들 곁에 묻히고 싶다”는 한 장군의 유언이 실현된 것으로 끝나지 않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 사회가 돈?권력?명예에 치우친 분위기 속에서 채 장군의 사병묘역 안장은 많은 예비역은 물론 후배군인들, 사회 지도층에까지 본보기가 되고 있다. 또한, 이를 계기로 군 안팎, 국민 사이에서 현재의 장군묘를 따로 두지 말고 사병묘역과 동일하거나 그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육군 중장 채명신의 묘…“사랑하는 부하 곁에 눕다”
 
장군묘역이 처음으로 조성된 것은 이승만 정부 시절인 1954년이며 1966년 제2장군묘역, 1981년 제3장군묘역이 생겼다. 일반 병사들은 3.3㎡(1평)의 사병묘역에 묻히지만, 장군들은 26.4㎡(8평)의 묘역에 안장된다. 이 크기는 무려 사병묘역의 8배나 된다. 죽어서도 살아생전의 신분과 계급대로 차별되어 묻힌다.
기자는 지난 1월 5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았다. 채명신 장군이 묻힌 제2묘역은 현충문 오른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날은 대한이 놀러 왔다가 얼어 죽었다는 소한임에도 불구하고 햇볕은 따뜻했다. 채명신 장군의 묘비에는 ‘육군 중장 채명신의 묘’라는 9글자 만이 씌어 있었다. 묘비 옆에는 누군가 적어놓은 편지가 놓여 있었다. “채명신 장군님 (중략) 부하를 얼마나 사랑했으면 평생 경례를 받던 별 세 개의 장군 모자는 어디에 벗고 한 평의 땅에 사병 묘비 지붕 삼아 사병과 함께 영원히 누우시려 했습니까?~”
그리고 때마침 채명신 장군 묘를 찾은 한 부부는 “장군이라는 높은 위치보다 한 인간으로 옛 전우들 곁에 묻힌 채 장군이 저 위(대통령 묘지를 가르키는 것으로 추정)에 있는 분들보다 행복하실 거예요”라는 말을 하고 자리를 떠났다.
 
美 알링턴 국립묘지, 계급 구분 없이 사망일시 순서대로 묻혀
 
그 순간 ‘저 위에 있는 분들’이 궁금해 국가원수묘역을 둘러보기로 했다. 현재 국립서울현충원에는 이승만 대통령 내외, 박정희 대통령 내외, 김대중 대통령이 안장되어 있었다. 전직 국가원수묘역의 크기는 264㎡(80평)로 국립묘지법에 정해져 있다. 1평에 묻힌 채명신 장군의 묘지와는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다. 
한편 미국 버지니아주에는 알링턴 국립묘지가 있다. 미국을 위해 싸운 이들과 공헌한 이들(대부분 전사자)의 무덤이 있는 곳인데 장군?병사 계급의 구분 없이, 사망일시 순서대로 묘지(4.49㎡)에 안장되어 있다고 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케네디 전 대통령의 묘지에는 봉분도 묘비도 없이 검은 묘지석 세 개가 바둑판처럼 누워 있고 ‘존 F. 케네디 여기에 눕다’라는 묘비명과 함께 부인 재클린과 아들 주니어가 묻혀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2005년 개정된 현행 국립묘지법상 묘의 면적을 대통령직에 있었던 사람 이외 사람은 3.3㎡로 한다는 제12조 조항 중 부칙 제3조에 의해 이미 조성된 묘역이 소진될 때까지는 26.4㎡에 장군을 안장할 수 있다는 조항을 하루빨리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조항이 계속 효력을 발휘함으로써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동안 논란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서울현충원에 이어 대전현충원까지 다 안치되면 다음에는 어디에 그 넓은 묘역을 조성할 것인가? 우리는 언제 자기 이름 석 자 남기는 것만으로도 명예롭게 여기는 사회를 맞이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 故 채명신 장군이 사병묘역에 묻힌 이 일이 그 변혁의 시작, 변화의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면 너무 큰 욕심일까?
 
배지원 기자 jiwonbae@igoodnews.or.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